반응형 영화262 높은 풀 속에서 - 영원한 루프를 도는 사람들 스티븐 킹과 그의 아들 조 힐이 함께 쓴 소설을 영화화한 높은 풀 속에서(In the tall grass, 2019)는 독특한 구성의 공포 영화다. 다른 이를 구하겠다는 선의를 품고 들어간 사람들이 높게 자란 풀 숲 속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아무리 노력해도 숲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 시공간까지 엇갈리는 와중에 똑같이 풀 속에서 헤매는 사람들을 만나지만 그렇다고 탈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그 가운데에는 이들을 죽이려는 사람도 있다. 이 작품의 장점은 풀 숲에서 헤매다닌다는 배경도 소재도 끊임없이 반복되지만 변화 또한 주어지면서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게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다만 영화 속의 수수께끼는 끝날 때까지도 전부 풀리지는 않기에 사건의 깔끔한 해결을 바라는 분들에게는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 영화 2022. 7. 18. 죽은 자들의 골짜기 - 좀비가 쳐들어오면 스페인 내전 중이라도 뭉쳐야지 스페인에서 만든 넷플릭스 영화 죽은 자들의 골짜기(Malnazidos, 2022)는 수많은 좀비 영화 가운데 하나지만 우리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부분이 있다. 바로 배경으로 나온 스페인 내전. 스페인 내전은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1936년부터 39년까지 스페인 국민 전체가 두 갈래로 나뉘어 싸웠던 전쟁으로 대한민국 민족 상잔의 비극인 6.25 전쟁을 생각나게 할 수도 있다. 결국 프랑코 장군이 이끄는 국민군이 이기며 스페인은 수십년간의 독재에 시달렸고 내전 과정에서 생긴 심각한 트라우마는 지금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 영화는 스페인 사람들에게 아직도 큰 아픔으로 남아있는 이 전쟁을 배경으로 일어난 좀비 사태를 보여주고 있다. 죽은 자들이 적이 되자 그동안 서로 싸우던 산 자들도 힘을 합칠 수 밖에 없다.. 영화 2022. 7. 17. 서치 - 전직 특수요원이 아닌 아빠가 실종된 딸을 찾는 법 실종된 자식을 애타게 찾는 부모의 이야기는 꽤 많이 나와있지만 서치(Searching, 2018)는 좀 다르다. 테이큰(Taken, 2008)에서라면 아버지가 직접 총을 들고 딸을 찾아나서겠지만 서치에 나오는 아버지는 아쉽게도 전직 특수요원이 아니었다. 그는 경찰에도 연락하지만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기에 PC와 스마트폰,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하여 스스로 단서를 찾는다. 영화 내내 나오는 것은 이런 디바이스의 화면 뿐. 이렇듯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편집이 지배한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교차 편집에 의한 빠른 전개가 작품의 호흡을 주도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가족의 과거를 보여주는 압축적인 인트로 부분은 픽사 영화 업(UP, 2009)을 연상시킬 정도로 짧으면서도 충분한 서사를 관객에게 전해준.. 영화 2022. 7. 16. 레지던트 이블 - 다시 봐도 1편까지는 괜찮았지 일본 캡콤의 역사 깊은 베스트셀러 게임 바이오 하자드의 영어권 국가 출시 제목으로 실사화한 레지던트 이블(Resident Evil, 2002)은 영화계에 좀비 장르의 유행이 일어나기 전에 나름대로 이 분야의 개척자 역할을 한 영화다. 원작처럼 라쿤 시티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엄브렐라의 지하연구시설인 하이브를 배경으로 진행되기에 제한적이면서도 폐쇄적인 공간 속에서 소수의 인원이 많은 좀비 사이들을 헤치고 다니며 생기는 긴장과 해소를 적절한 리듬으로 반복할 수 있게 해준다. 수수께끼와 이를 풀어가는 과정 또한 한편의 영화 안에 잘 집어넣은 편. 게임과는 다른 줄거리를 이어감에도 불구하고 좀비들은 물론이고 원작의 주요 캐릭터인 좀비 강아지나 릭커 또한 잘 표현되었다. 영화에만 나오는 주인공 앨리스의 메리 .. 영화 2022. 7. 15. 관상 - 유능하지만 무능했던 어느 관상쟁이 이야기 얼굴만 보고 어떤 사람인지 가늠하는 기술인 관상(觀相)은 이를 통해 그와 관련된 미래를 판단하고자 하기에 일종의 예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트로이의 카산드라가 그러했듯 예언가의 힘만으로는 역사를 바꾸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 관상(2012)은 유능한 관상가를 주인공이 계유정난(癸酉靖難)이라는 역사 속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송강호가 연기하는 몰락한 양반 출신인 관상쟁이 김내경은 그 유용함을 인정받아 높은 자리로 출세한다. 그는 당시 세력가였던 김종서에게 감화되어 수양대군의 쿠데타를 막으려고 하지만 역사대로 계유정난은 그대로 일어나며 아끼는 아들은 장님이 되고 마지막에는 심지어 화살을 맞아 죽기까지 한다. 관상에서 나온 충고를 따르지 않은 처남은 벙어리가 된다. 그의 관상은 영화.. 영화 2022. 7. 14. 범죄의 재구성 - 결말을 알아도 재미있는 최동훈 스타일 범죄의 재구성(2004)는 우리나라에서도 하이스트 필름/케이퍼 무비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기념비적인 영화다. 보통의 범죄 영화와는 달리 이 범죄의 재구성에서는 대단한 범행 기법보다는 독특한 등장인물들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들은 범죄를 기획하고 실행하고 배신하는데, 관객들은 영화 속 사건과 결말보다는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개성적인 인물들에게 매료된다. 사기당한 형의 복수를 하는 주연 박신양은 물론이고 김선생 백윤식, 구로동 샤론스톤 염정아, 얼매 이문식, 휘발류 김상호, 제비 박원상까지 모두 기억에 남는 연기를 펼치며, 무능하지 않은 경찰로 나오는 천호진까지도 공감가는 캐릭터다. 무명 시절 김윤석도 구경할 수 있다. 나온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이만한 케이퍼 무비를 찾기 힘.. 영화 2022. 7. 13. 맨 프롬 토론토 - 킬러와 친구되는게 이렇게 쉽다니 넷플릭스 영화인 맨 프롬 토론토(Man from Toronto, 2022)는 요 몇년 사이 유행 중인 유명한 보통 사람이 킬러와 친구되기 장르에 속하는 작품이다. 이 분야의 작품은 은근하게 계속 나오는 편으로 가장 최근작에는 역시 넷플릭스의 킬러의 보디가드 시리즈가 있겠다. 장르가 흥하는 것과 상관없이 이 영화에는 문제점이 많다. 아무리 공식을 따라가더라도 작품 자체의 재미도 별도로 추구해야 하는데, 맨 프롬 토론토는 전자에는 충실했을지 몰라도 후자는 매우 부실하다. 보통 사람 역인 케빈 하트나 킬러 역인 우디 해럴슨 모두 다른 작품에서 본 듯한 비슷한 연기로 캐릭터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며 일반인과 킬러가 만난지 몇시간 만에 인생 상담을 할 정도로 친해지는 장면은 비약이 심하게 느껴진다. 액션.. 영화 2022. 7. 11. 비스트 - 2022년, 요즘 인도 액션 영화는 인도 영화하면 느끼한 눈빛으로 남녀가 상대를 노려보다가 춤을 추는, 그것도 엄청난 인원이 모여 추는 군무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그런 마살라 스타일의 영화만 있는 건 아니고 평범한 극영화도 있다. 다만 오늘 살펴보는 인도 영화 비스트(Beast, 2022)는 전자에 속한다. 인도의 인기 스타인 비자이(Vijay) 주연으로 올해 나왔으니 인도 액션 영화의 최신판인데 더 자세하게 분류한다면 타밀어권 영화인 콜리우드(Kollywood)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테러범들이 쇼핑몰을 점거했는데 역시나 운나쁘게도 전직 정보국 요원을 만난다. 그 요원은 인도의 제임스 본드라고 부를 정도라지만 영화를 보면 너무 겸손한 표현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겨우 제임스 본드같은 하찮은(...) 존재가 비빌 만한 사람이 아니다... 영화 2022. 7. 10. 위험한 거짓말들 - 스릴러가 긴장감이 없네 문제를 만났을 때 어떤 사람들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거짓말을 택하는 경우가 있다. 그 때문에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고, 또 그 문제 때문에 다른 거짓말을 하는 상황이 이어지기도 한다. 넷플릭스 영화 위험한 거짓말들(Dangerous Lies, 2020)은 그런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부부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이미 가진 것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욕심 때문이다. 처음에는 작은 거짓말도 다른 사건을 만나면서 그 무게는 무거워지면서 결국 원래의 목적과 상관없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을 불러온다. 제목에는 충실하다. 문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디선가 본 듯한 인물과 사건, 심지어 사건 배경까지 반복된다는 것이다. 연출까지 진부한지라 기계적으로 사건이 이어진다. 그나마 반전을 준다는 부분도 .. 영화 2022. 7. 9.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속물 변호사가 세상을 상대하는 법 마이클 코넬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The Lincoln Lawyer, 2011)는 돈 밝히는 변호사인 미키 할러가 부자 의뢰인을 맞아 법정 안팎에서 벌이는 이야기다. 속물이긴 하지만 그는 변호사로서 유능하다. 두번 이혼했지만 전처들과는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며 딸에게도 애정을 갖고 있으며 의뢰인들과도 대부분 잘 지낸다. 그러나 새로 맞은 의뢰인은 돈이 많은 건 좋지만 자기 이상의 속물인데다가 변호사인 자신까지 속이려 든다. 미키 할러를 맡은 매튜 맥커너히(Matthew McConaughey)는 느물거림 속의 날카로움 또한 자연스럽게 섞어주는데, 2022년 새로 나온 넷플릭스 드라마의 미키 할러보다 더 날이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첫번째 부인 역할로 11년이 지난 지금과.. 영화 2022. 7. 8. 제럴드의 게임 - 수갑에 묶인 그녀 곁에는 급사한 남편 소설가 스티븐 킹(Stephen King)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넷플릭스 영화 제럴드의 게임(GERALD'S GAME, 2017)은 남편과 오랜만에 한적한 곳에서 휴가를 즐기려고 했던 한 여성의 이야기다. 문제는 남편이 재미삼아 아내에게 수갑을 채운 상태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것. 수갑은 풀 수 없고 주변에는 아무도 없으며 연락도 못 한다. 이대로는 어처구니없이 굶어죽게 된 상황에서 떠오르는 까맣게 잊어버렸던 기억. 주인공이 수갑에서 탈출하느냐 못 하느냐에 관한 극히 단순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이 제럴드의 게임은 끊임없이 그 모습을 바꿔나가며 시청자로 하여금 마음을 놓지 않고 끝까지 지켜보게 한다. 다만 스티븐 킹의 작품 세계에 익숙하지 않거나 그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거부감이 있을 수도 .. 영화 2022. 7. 6. 마션 - 똥감자와 공밀레가 해냈다. 앤디 위어(Andy Weir)의 인기 소설을 바탕으로 한 마션(The Martian, 2015)은 로빈슨 크루소의 SF 버전이라고 봐도 좋을 설정을 갖고 있다. 화성 탐사 중 낙오된 한명의 생존 투쟁과 그를 구하기 위한 노력에 대한 이야기. 덕분에 지구의 수많은 엔지니어들은 오직 그를 살려 데려오기 위해 수없이 날밤을 새고 평소에는 택도 없었던 국제 협력이 이뤄진다. 낙오된 본인도 실내로 화성 흙을 들여와 똥감자를 키우고 공기새는 화성 기지는 테이프와 비닐로 떼우며 오래된 우주선을 파내 지구와의 통신을 복구하는 등 여기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고생이 많다. 마션은 지금 봐도 흥미로운 과학적인 설정이 풍부하게 담겨있지만 부족한 고증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주는 중요한 교훈은 역경이 긍정적인 마.. 영화 2022. 7. 4. 이전 1 ··· 18 19 20 21 22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