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블랙코미디10 바르게 살자 - 현실에선 미션 임파서블? 바르게 살자(Going by the book, 2007)는 바른 생활을 실천하는 경찰 정도만이 은행강도 훈련에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블랙코미디 영화다. 연쇄 은행강도 사건으로 시끄러운 삼포시에 부임한 신임 경찰서장은 선전효과를 위해 은행강도 대비 훈련을 기획하고 강도 역할을 정도만 순경에게 맡긴다. 서장 부임 첫날 자신에게 곧이곧대로 교통위반딱지를 뗀데 대한 보복 차원의 결정이었다. 서장은 그저 범인이 제압당하고 체포되는 역할로 생각했지만 정도만은 강도 역할 역시 철저하게 준비한다. 그리고 훈련이 시작하자 상황은 서장의 예상과는 영 다르게 진행된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영화는 바르게 사는게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에서 바르게 사는 정도만이 무슨 일을 당하고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코미디.. 영화 2023. 3. 15. 허드서커 대리인 - 코엔 형제의 절묘한 해피엔딩 블랙 코미디 허드서커 대리인(The Hudsucker Proxy, 1994)은 코엔 형제가 감독을 맡은 블랙코미디 영화다. 1958년의 미국, 시골에서 뉴욕으로 온 노빌 반스는 초 거대기업인 허드서커 사의 말단직으로 취직한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살한 창업주 웨어링 허드서커 대신 바지사장이 필요했던 회사의 중역 시드니 J. 머스버거는 매우 멍청해 보였던 노빌을 사장 자리에 앉혀 회사의 주가를 떨어뜨리려 한다. 나중에 주식을 싼 값에 사들여 경영권을 차지하려고 했기 때문인데, 문제는 노빌이 그렇게 무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얼떨결에 만들었던 노빌의 첫 작품 훌라후프는 대히트를 치면서 오히려 허드서커 사의 주가를 크게 올리니 시드니는 낭패를 보고 반대로 성실했던 노빌은 자만하게 되고 시드니는 그를 실각시키기 위한 음모.. 영화 2023. 2. 20. 더 메뉴 - 요리가 예술을 넘어 광기로 치닫게 되면 더 메뉴(The Menu, 2022)는 외딴 섬의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저녁 한끼에 무려 1250달러, 현재 환율로 154만원이나 하는 레스토랑 호손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마고와 타일러는 다른 손님들과 함께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간다. 고급스러운 코스 요리를 즐기게 되어 좋아한 타일러와 마고였지만 코스가 하나씩 진행될 때마다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느낀다. 이 작품은 최근의 고급 요리가 음식의 본질에서 벗어난 채 소비되는 상황을 여러 방식으로 비꼰다. 이를 위해 유명한 요리 비평가, 금전욕이 많은 젊은 투자자, 한물갔지만 요리 예능으로 다시 뜨려는 연예인, 비싼 요리를 먹는게 일상화된 부유층, 미식을 취미로 삼는 사람(foodie) 등 다양한 이들이 손님으로 참여하며.. 영화 2023. 1. 30. 살인의 추억 - 봉준호의 화려한 등장 기생충(2019)으로 지금은 세계적인 감독이 된 봉준호지만 그 이름을 제대로 날리기 시작한 영화는 바로 살인의 추억(2003)이 될 것이다. 처음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흥행은 잘 안 될거라 예측했다. 개봉 당시에는 미해결 사건이었던 지라 이야기가 대중성이 없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 봉준호 감독과 스텝들의 섬세하고 정밀한 각본과 연출을 만난 송강호, 박해일 등의 좋은 연기는 지금도 회자되는 명작을 만들어낸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봉준호 감독이 준비해 놓은 길을 따라가지만 관객들에게 지루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암울할 수도 있는 소재임에도 틈틈이 끼어드는 웃음 또한 빠지지 않는다. 특히 작품 내내 살아 숨쉬는 디테일은 엄청난 충.. 영화 2022. 12. 20. 그때 그 사람들 - 그때 그 아수라장 속 모두까기 그때 그 사람들(2005)은 개봉 당시부터 화제가 된 영화였다. 대한민국에서 보기 드문 정치를 소재로 한 작품이었기 때문인데, 상영금지 소송도 당했다. 김재규가 박정희를 죽인 10·26 사건을 그리고 있지만 뜻밖에도 영화는 중도를 지향하는 편이다. 독재 정치를 비판하긴 하지만 어느 쪽도 일방적으로 미화하지 않고 박정희와 그 부하들이나 김재규 쪽까지 모두 마음껏 풍자의 대상으로 삼았다. 덕분에 사건은 우발적으로 일어난 해프닝처럼 여겨지고 이후에도 세상은 그다지 변하지 않는 것으로 묘사된다. 실제 우리나라 역사도 한동안 그랬던 면이 있고. 다만 정치적인 입장에서 양쪽에 대해 별 감정이 없다면 중반까지의 빠른 연출과 한석규나 백윤식의 연기 덕분에 블랙코미디로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을 법도 하다. 가수인 자우림의.. 영화 2022. 11. 26. 헌트(2020) - 베티 길핀의 독특한 매력으로 채운 데스 게임 영화 비슷한 제목이 많은 영화 가운데에서도 이 헌트(The Hunt, 2020)는 데스 게임 장르의 영화다. 시작하자마자 납치되었다가 들판에 풀려난 사람들 앞에 총을 비롯한 다양한 무기가 들어있는 나무 상자가 놓여있다. 그들이 무기를 만지고 있자 갑자기 어디선가 공격이 시작되고 하나 둘씩 사냥당하듯 죽음을 당한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는 살아남는 건 물론이고 상대방을 때려잡을 의지와 능력이 넘쳐 흐르는 이도 한명 있었다. 적지 않은 데스 게임 영화들 가운데에서도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시작하자마자 유명 배우를 퇴장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군더더기없이 진행되는 속도감있는 연출과 함께 영화 내내 활약하는 주연 배우 베티 길핀(Betty Gilpin)의 묘한 매력 덕분이다. 주최 측의 실수로 잘못 납치된 전직 군.. 영화 2022. 11. 3. 로보캅 - 사람다움은 무엇인가 영웅 테세우스를 기념하기 위해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그가 탔던 배를 오랫동안 보존해 왔는데, 배를 구성하는 나무 판자가 썩을 때마다 새로운 판자로 갈아끼웠다. 이런 식으로 여기저기 계속 갈아끼우다 원래 배에 있었던 판자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을 때 이 배는 여전히 테세우스의 배인가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철학계에서 난제로 유명한 테세우스의 배이다. 수많은 후속편과 드라마, 심지어 리부트까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원작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영화 로보캅(Robocop, 1987)에서의 로보캅이 바로 이 테세우스의 배라고 할 수 있겠다. 임무 수행 중이던 경찰인 알렉스 머피는 악당들에게 처참하게 살해당하고 OCP라는 기업에 의해 기억이 지워지고 대부분의 장기를 기계로 교체당한다. 그는 새롭게 로보캅이라.. 영화 2022. 9. 5. 레디 오어 낫 - 새댁과 시월드의 정말 살벌한 결전 레디 오어 낫(Ready Or Not, 2019)은 얼떨결에 수상한 의식의 제물이 된 새 신부가 하룻밤 동안 살아남기 위한 피비린내나는 투쟁을 벌이는 이야기다.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마라 위빙(Samara Weaving)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신혼의 아내인 그레이스 역을 맡아서 처절한 생존 투쟁을 벌인다. 큰 부를 거머쥔 도마스 가문에 시집온 그레이스는 처음에는 가녀린 신부이자 새댁이었지만 생명의 위협에 스스로 각성하면서 가문을 위해 자신을 희생시키려는 시댁 식구들을 하나하나 처리한다. 보통은 정반대가 될텐데 상황의 반전이 주는 쾌감을 제대로 표현한 영화라 하겠다. 물론 피와 살이 흘러넘치는 작품인지라 적응할 수 있어야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한때 로맨스 영화를 주름잡았던 앤디 맥도웰(Andie.. 영화 2022. 8. 21. 돈 룩 업 - 인류 멸망 위기 앞에서 삽질하기 넷플릭스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 2021)은 이름만 대도 알 법한 대단한 배우들을 데려다 놓고 흥미로운 블랙코미디를 펼쳐나간다. 인류의 운명이 걸린 위기 상황에서 과연 초강대국 미국의 민주주의 정부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에 관해서 말이다. 보통의 SF 영화와는 다르게 돈 룩 업에서 미국 정부의 대응은 그리 좋지 못했다. 최대한 현실을 외면하려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이 대응을 시작한 후에도 정치가와 기업가 등 이른 바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은 인류를 구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는데 집중한다. 관객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갈 정도지만 그들이 그런 삽질을 반복하는 이유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만큼은 안전할 거라 믿기 때문이겠다. 반면에 미국을 믿지 못한 다른 나라 정부나 .. 영화 2022. 8. 10. 캐빈 인 더 우즈 - 공포 마니아들을 위한 특급 선물 세트 캐빈 인 더 우즈(The Cabin in the Woods, 2012)는 공포 장르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만큼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이다. 팬들을 열광시킬 요소들이 그냥 많은 정도가 아니라 말 그대로 아예 쏟아붓기 때문. 평범한 공포 영화의 클리셰를 비틀면서 SCP까지 다양한 요소를 한 작품에 넣어버린 이 영화는 혼란에 빠지거나 길을 잃기는 커녕 스타일에 어울리는 깔끔한(...) 마무리까지 해낼 뿐만 아니라 그 와중에도 관객들에게 패러디나 클리셰 파괴 등 재미있는 요소들을 꾸준하게 제공한다. 덕분에 팬들은 개봉한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영화에 숨겨져있는 요소들을 화제거리로 삼을 정도. 이런 마니아들의 지지에 더해 비록 드류 고다드(Drew Goddard) 감독보다는 제작과 각본을 맡은 어벤.. 영화 2022. 7. 19.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