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2021년작38 O2 - 캡슐에 갇힌 그녀, AI는 진실을 말하는 걸까? 한 여성이 빨간 비상 조명만 있는 폐쇄된 공간에서 꺠어난다. 그 크기는 마치 관과 같은 정도. 공포에 사로잡혀 몸부림치지만 바깥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넷플릭스 영화 O2(Oxygen, 2021)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녀는 의료 인터페이스 담당 AI인 밀로의 안내에 의해 의료용 극저온 캡슐에 갇혀있으며 산소는 35% 밖에 안 남았음을 알려준다. 그녀에게는 기억이 거의 남아있지 않고 밀로와의 대화를 통해 조금씩 떠올리려 노력한다. 산소는 줄어드는 와중에 경찰서에 연락하는데 성공하고 그들은 그녀를 찾기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이 작품의 선배 격인 베리드(Buried, 2010)와 비슷하다. 하지만 10년이 지났다고 해도 리메이크도 아닌 다른 영화가 똑같이 진행되면 재미없기에 O2는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 영화 2022. 8. 29.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 아이 잃은 부모가 살아가는 방법 부모들에게 아이를 잃는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경험이다. 2021년 93회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을 수상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If Anything Happens I Love You, 2020)은 그런 부모들에게 12분의 짧은 시간으로 절망과 위로, 치유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절제된 그림과 색상 속에서 아이가 세상을 떠난 후 서로 거리를 둔 엄마와 아빠 사이로 아이의 추억이 스며든다. 그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는 누구도 치유할 수 없는 것이지만 아이가 주었던 행복을 기억하고 지금의 아픔을 나눌 수 있는 상대 또한 서로 밖에 없기에 그들은 다시 손을 잡는다. 부모에게 아이란 세상에 있건 없건 행복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한국인 노영란씨 이름이 있어 더 .. 단편 2022. 8. 27. 낙원의 밤 - 남는 건 차승원 뿐 낙원의 밤(Night in Paradise, 2021)은 신세계(2013)와 마녀(2018) 등의 영화로 잘 알려진 박훈정 감독이 넷플릭스와 손잡고 내놓은 영화다.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신세계와 같이 조직폭력배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기에 나름 기대를 하고 본다면 실망할 것이다. 매우 결이 다른 영화기 때문. 꽤 규모있는 서사를 그리는 신세계와는 달리 낙원의 밤은 극소수 인물들의 감정의 흐름에 집중되어 있기에 주인공인 태구와 재연에 대한 묘사는 적지 않다. 불행한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 서로에게 작게나마 위로가 된다는 이야기도 담으려 했겠지만 안타깝게도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하기에는 모자란 수준이다. 게다가 태구는 조금 이르게 허무한 죽음을 맞이하고 그 복수는 시한부인생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하.. 영화 2022. 8. 20. 노바디 - 야옹이 팔찌는 러시아 마피아를 전멸시켰다 평범하게 살던 사람이 알고 보면 대단한 사람이었고 재수없는 악당들이 그를 건드렸다가 혼쭐이 난다는 이야기는 제법 많이 쓰이는 소재다. 하지만 노바디(Nobody, 2021)의 악당은 나쁜 놈들이긴 하지만 그를 먼저 건들지도 않았다. 허치 맨셀은 전직 특수요원이지만 정체를 숨긴 체 가정을 꾸미고 남편이자 아빠로 살아간다. 어느 날 강도 사건을 당해 빼았겼다고 생각한 막내딸의 야옹이 팔찌를 찾으려다가 러시아 마피아들과 엮이고 당연히 이들을 모두 해치운다는게 이 영화의 줄거리. 나중에 나오지만 야옹이 팔찌는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이런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면 평범했던 모습과 비범하게 다시 각성한 상태의 차이를 표현하는 일이 되겠다. 그 간격이 크면 클수록 관객들이 느끼는 카타르시스도 커지기 때.. 영화 2022. 8. 16. 돈 룩 업 - 인류 멸망 위기 앞에서 삽질하기 넷플릭스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 2021)은 이름만 대도 알 법한 대단한 배우들을 데려다 놓고 흥미로운 블랙코미디를 펼쳐나간다. 인류의 운명이 걸린 위기 상황에서 과연 초강대국 미국의 민주주의 정부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에 관해서 말이다. 보통의 SF 영화와는 다르게 돈 룩 업에서 미국 정부의 대응은 그리 좋지 못했다. 최대한 현실을 외면하려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이 대응을 시작한 후에도 정치가와 기업가 등 이른 바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은 인류를 구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는데 집중한다. 관객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갈 정도지만 그들이 그런 삽질을 반복하는 이유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만큼은 안전할 거라 믿기 때문이겠다. 반면에 미국을 믿지 못한 다른 나라 정부나 .. 영화 2022. 8. 10. 레드 노티스 - 양산형 블록버스터의 나쁜 사례 넷플릭스 영화 레드 노티스(Red Notice, 2021)는 겉으로는 클레오파트라의 보물을 훔치는 일에 대한 세 주인공의 갈등과 협력, 그에 따라 발생하는 여러가지 사건들을 그리고 있는 작품으로 보인다. 하지만 또 한쪽에서 보기에는 무려 2억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제작비로 인기많은 드웨인 존슨, 갤 가돗, 라이언 레이놀즈를 데려다 놓고 이들의 기존 이미지에 맞는 캐릭터로 적당하게 만든 양산형 블록버스터로도 보인다. 블록버스터지만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하는데 성공한 작품들이 적지 않은 걸 보면 레드 노티스는 조금 안타까운 면이 있다. 요 몇년 사이 넷플릭스 액션 영화를 안 보셨다면 몰라도 많이 보셨다면 매우 식상할 법한 이야기 진행이나 구성과 연출이 적지 않기 때문. 마지막 반전도 무릎을 탁 치는 종류라기 보.. 영화 2022. 8. 9. 리스타트 - 한여름 시원하게 해주는 타임루프 액션 영화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 1993)이나 나비효과(The Butterfly Effect, 2004), 엣지 오브 투모로우(Edge of Tomorrow, 2014)와 같은 작품들을 통해 많은 이들이 타임 루프 장르의 영화를 알고 있다. 특정 시간대를 주인공이 어떤 조건을 만족하기까지 계속 반복하는 것을 뜻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인공의 변화에 따른 주변 인물들과 사건에게 끼치는 영향을 그린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리스타트(Boss Level, 2021) 역시 이들과 마찬가지로 타임루프 장르이며, 액션도 가미했다. 이 영화는 타임루프의 정석을 그대로 따라간다. 주인공은 루프를 반복하면서 실패할 때마다 새로운 시도를 하고 성장하고 강해진다. 때로는 장애를 만나지만 스승(양자경)을 만나 실력을 쌓.. 영화 2022. 8. 4. 킬러의 보디가드 2 - 양산형 후속편 블록버스터의 단점이 모였다 성공한 블록버스터 영화의 후속작을 만드는 유혹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전작 주연들이 출연만 결심했다면 성공은 따놓은 당상으로 보이기 때문. 그렇게 나온 또 하나의 작품이 킬러의 보디가드 2(The Hitman's Wife's Bodyguard, 2021)로 2017년에 나온 킬러의 보디가드의 후속작이다. 전작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따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전작만큼 볼만하지 않다. 전작의 아이디어에 더해 기존의 주역 세명은 물론이고 안토니오 반데라스, 모건 프리먼, 프랭크 그릴로 등 유명한 배역을 더 넣었어도 그랬다. 우선 전작이 나왔던 2017년에는 다소 신선하고 재미있게 받아들여졌던 요소들이 2021년에는 대부분 낡은 클리셰가 되어 버렸으며 설상가상으로 새로운 배역들을 위한 각본과 연출.. 영화 2022. 8. 3. 원샷 - 저예산이지만 야심만만 액션 영화 원샷(One Shot, 2021)은 저예산이지만 제법 원대한 목표를 갖고 만든 영화다. 원테이크 기법을 표방한 롱테이크 핸드헬드 촬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 덕분에 화면은 시종일관 계속 이어지는 것처럼 편집되었으며 장면에 따라 많이 흔들려서 어지러울 때도 있다. 다만 이렇게 해서 괜찮은 결과물이 나오려면 기획 및 편집 단계에서 매우 정교한 작업이 필요한데, 이 영화는 그렇지 못했다. 그럭저럭 괜찮은 분위기를 유지하는 초반과 달리 실내 장면으로 이어지면서 갑자기 연극 무대가 된 듯 상황이 바뀌고 아군과 적군 양 쪽에서 비논리적인 판단이 이어지며 다소 이야기가 늘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면 주인공이 갑자기 존 윅으로 각성하여 적들을 쓸어버리기까지 해서 많이 난감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인 배우들은 전술 .. 영화 2022. 7. 30. 캅샵 - 배신 경찰과 의리 킬러 캅샵: 미친놈들의 전쟁(Copshop, 2021)은 여러 모로 예상을 벗어난 영화였다. 제라드 버틀러나 프랭크 그릴로 같은 유명 배우뿐만 아니라 알렉시스 라우더와 토비 허스에게도 상당한 비중이 있었기 때문. 영화가 시작되면서 주요 인물들은 이런 저런 목적을 가지고 경찰서로 모이고 그 후에야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영화 제목인 캅샵(copshop)이 바로 이 경찰서를 뜻하는 단어. 이미 3명이 경찰서에 모인 상태에서 마지막 한명인 앤서니 J. 램이 경찰서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액션 장르로 치닫는다. 이 앤서니를 연기한 토비 허스가 참 대단했던 게 매우 평범한 중년 아저씨의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등장하자마자 터미네이터 이상의 카리스마를 보이며 영화를 주도한다는 점. 아마도 감독과 작가는 각각 다른 입장.. 영화 2022. 7. 26. 나이트 티스 - 착하고 예쁘면 뱀파이어라도 괜찮아 넷플릭스 영화 나이트 티스(Night Teeth, 2021)는 야간에 형 대신 리무진 운전을 하던 청년이 예쁜 뱀파이어 아가씨와 만나 사랑에 빠지고 악당을 무찌른 후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넷플릭스 표 아니랄까봐 초짜 리무진 운전사가 예쁜 뱀파이어들을 한밤중에 만나 리무진을 태운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여 끝까지 주인공 좋을대로 끝나버리는 이 영화는 밤 풍경도 화려하고 군더더기도 없으며 해피엔딩이니 빠르게 보고 지나가기에는 나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주변 사람들이 희생되지만 이 영화는 거기에 초점을 오래 맞추지도 않는다. 주인공과 맺어지는 뱀파이어는 예쁜데 착하기까지 하니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너무 많은 기대는 금물. 가볍게 가볍게 보시길. 이리워치 평점 [?] ★★★★★☆☆☆☆☆.. 영화 2022. 7. 22. 킬링 카인드: 킬러의 수제자 - 사랑과 인정이 넘치는 킬러들 킬링 카인드: 킬러의 수제자(The Protege, 2021)는 제목을 우리 말로 바꾸면서 참 길어진 영화다. 원래 제목인 The Protege는 제자라는 뜻일텐데 우리나라에서는 킬링 카인드라는 말이 앞에 붙어버렸다. killing kind의 뜻은 죽이는 종(種)/종족(種族)으로 줄이자면 살육종족/살해종족/살인종족 등이 되어야 할 듯 한데 굳이 붙어야 할 이유는 모르겠다. 설마 친절하게 죽인다는 뜻은 아니겠지. 그러려면 kind가 아니라 kindly가 붙어야 할텐데. 출연진 목록 앞에 마이클 키튼이 있긴 하지만 이 영화의 주연은 매기 큐(Maggie Q)다. 처음 홍콩 영화계에서 성공을 거둔 다음 헐리웃으로 진출했지만 그녀는 아름다운 아시아 여성 역할 빼고는 특별히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연기를 못하.. 영화 2022. 7. 21. 이전 1 2 3 4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