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넷플릭스 오리지널39 슬럼버랜드 - 소중한 것을 잃어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 넷플릭스 영화 슬럼버랜드(Slumberland, 2022)는 니모라는 이름의 소녀가 꿈 속의 슬럼버랜드를 여행하며 벌이는 모험에 관한 이야기다. 원작으로 Little Nemo in Slumberland라는 오래된 주간 연재 만화가 있긴 하지만 몇몇 설정을 빼면 거의 오리지널이라고 봐도 될 정도니 미리 볼 필요는 없을 듯. 엄마가 없는 니모는 아빠와 함께 등대를 관리하며 외딴 섬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지만 아빠마저 해난 사고로 죽고 난 후 전혀 알지 못했던 삼촌과 함께 살게 된다. 삼촌은 노력을 하지만 아빠와는 전혀 다른 성격 탓에 니모는 다시 등대 섬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니모는 꿈 속에서 슬럼버랜드라는 곳에 가게 되고 아빠가 이야기로 들려주던 플립이라는 상상 속의 존재를 만난다. .. 영화 2022. 11. 25. 루 - 할머니가 전직 특수요원인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루(Lou, 2022)는 작은 섬에 은둔하며 살고 있는 루의 이야기다. 루는 영화의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 전직 특수요원이 숨어서 살고 있다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활약하는 이야기는 많은데 루에서는 그 특수요원이 할머니 루다. 그녀는 세들어 사는 모녀 하나만 이웃으로 두고 외롭게 살아가는데 어느날 옆집 딸이 헤어졌던 아빠 필립에게 납치된다. 거센 폭풍우가 몰아치지만 루는 추적을 시작한다. 보통 이런 식의 영화에서는 은둔하던 사람이 실력을 발휘해 악당들을 매우 쉽게 처리하고 그 시원한 맛 또한 중요한 요소. 그러나 주인공이 할머니라 그런지 전개도 느리고 악당 수는 적지만 그나마 힘겹게 무찌르기에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만의 진정한 개성은 막장 드라마 같은 반전에 있.. 영화 2022. 11. 21. 레지던트 이블: 라쿤시티 - 추억으로 놔뒀으면 좋았을 것을 캡콤의 오래된 게임 프랜차이즈인 레지던트 이블이 리부트되어 새롭게 영화로 만들어졌다. 레지던트 이블: 라쿤시티(Resident Evil: Welcome to Raccoon City, 2022)는 폴 앤더슨 감독의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와는 다르게 예고편부터 원작 게임에 충실하게 재현한 흔적이 보여 팬들로부터 제법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라쿤 시티 경찰서나 스펜서 저택도 훌륭하게 재현되어 있지만 칭찬은 거기까지. 게임 두편의 내용을 한편의 영화에 집어넣으려고 그랬는지 몰라도 이 작품을 보면 후속편으로 가기 위해 관객을 몰고 가는 숨가쁜 패키지 여행에 참가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게임은 게임의 호흡이 있고 영화는 영화의 호흡이 있는데 이도 저도 아니고 게임 속 등장인물이 많이 나온 걸 위안으로 삼아야 할지.. 영화 2022. 10. 11. 러빙 어덜츠 - 덴마크식 불륜 영화도 볼만해 넷플릭스같은 글로벌 OTT 서비스를 국내에서 이용 가능하게됨으로써 좋아진 점 가운데 하나는 세계 영화/드라마 시장을 주도하지 못했던 나라의 작품들도 얼마든지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겠다. 오징어게임을 시작으로 꽤 많은 작품들이 세계의 관심을 얻고 있으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와닿는 부분. 그리고 우리나라의 평범한 시청자들 또한 넷플릭스를 통해 잘 보지 못했던 유럽이나 동남아, 인도, 중동 등 낯선 지역의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 가운데 한 작품이 덴마크에서 온 오늘의 주인공인 러빙 어덜츠(Kærlighed for voksne/Loving Adults, 2022)다. 오랜 기간 결혼 생활을 함께 해 온 크리스티안과 레오노라는 어려운 시절부터 함께 해왔지만 크리스티안의 불륜으로 그들의 가정 생활.. 영화 2022. 9. 15. 윌러비 가족 - 차라리 고아가 되길 바란 아이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인 윌러비 가족(The Willoughbys, 2020)의 윌러비 부부는 서로를 극진히 사랑한다는 점에서는 훌륭한 남편과 아내지만 자식들에게는 관심이 전혀 없이 무책임하다는 점에서는 빵점인 부모다. 제대로 된 양육을 받기는 커녕 부모가 먹다 남은 음식으로 연명하던 팀과 제인, 바나비 쌍둥이 4남매는 어느날 버려진 아기를 발견하고 데려왔다가 부모에게 들키면서 소동이 이어진다. 아이들은 부모가 없는게 차라리 낫다 여기고 위험한 여행을 떠나게 만들지만 이번에는 고아가 됐다는 이유로 4남매가 강제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면서 부모를 다시 찾아와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유교적인 가족관에 물들어있는 대한민국에서 뜯어보면 이 영화에는 상당히 패륜적이고 막장스러운 이야기가 숨어있다. 윌러비.. 영화 2022. 9. 10. O2 - 캡슐에 갇힌 그녀, AI는 진실을 말하는 걸까? 한 여성이 빨간 비상 조명만 있는 폐쇄된 공간에서 꺠어난다. 그 크기는 마치 관과 같은 정도. 공포에 사로잡혀 몸부림치지만 바깥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넷플릭스 영화 O2(Oxygen, 2021)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녀는 의료 인터페이스 담당 AI인 밀로의 안내에 의해 의료용 극저온 캡슐에 갇혀있으며 산소는 35% 밖에 안 남았음을 알려준다. 그녀에게는 기억이 거의 남아있지 않고 밀로와의 대화를 통해 조금씩 떠올리려 노력한다. 산소는 줄어드는 와중에 경찰서에 연락하는데 성공하고 그들은 그녀를 찾기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이 작품의 선배 격인 베리드(Buried, 2010)와 비슷하다. 하지만 10년이 지났다고 해도 리메이크도 아닌 다른 영화가 똑같이 진행되면 재미없기에 O2는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 영화 2022. 8. 29. 올드 가드 - 죽지 않는 자들의 싱거운 이야기 샤를리즈 테론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넷플릭스 영화 올드 가드(The Old Guard, 2020)는 요 2~3년 동안의 헐리웃 영화 트렌드를 잘 살펴볼 수 있는 총집합같은 영화다. 인류에게는 나이를 먹어도 죽지 않는 불사의 존재가 있고 이들이 힘을 합쳐 정의를 지키고 있다는 이야기를 다루는 올드 가드는 기존의 하이랜더(Highlander, 1986)와 같은 불멸자 장르의 클리셰에 더해서 성차별이나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내용까지 집어넣다 보니 주인공 일행에게 위기가 닥쳐도 줄거리를 예상하기 너무 쉽게 되어버렸다. 그런 많은 내용을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늘어지는 부분이 적지 않고 액션도 새로운 건 없어 아쉬운 편이다. 특히 수백~수천년 동안 전사로 살아온 이들이 기껏해야 수십년 전투 기술을 연마한 인간들과 비슷한.. 영화 2022. 8. 25. 낙원의 밤 - 남는 건 차승원 뿐 낙원의 밤(Night in Paradise, 2021)은 신세계(2013)와 마녀(2018) 등의 영화로 잘 알려진 박훈정 감독이 넷플릭스와 손잡고 내놓은 영화다.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신세계와 같이 조직폭력배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기에 나름 기대를 하고 본다면 실망할 것이다. 매우 결이 다른 영화기 때문. 꽤 규모있는 서사를 그리는 신세계와는 달리 낙원의 밤은 극소수 인물들의 감정의 흐름에 집중되어 있기에 주인공인 태구와 재연에 대한 묘사는 적지 않다. 불행한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 서로에게 작게나마 위로가 된다는 이야기도 담으려 했겠지만 안타깝게도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하기에는 모자란 수준이다. 게다가 태구는 조금 이르게 허무한 죽음을 맞이하고 그 복수는 시한부인생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하.. 영화 2022. 8. 20. 카터 - 촬영은 첨단인데 이야기는 부족하다면 정병길 감독의 넷플릭스 액션 영화 카터(Carter, 2022)는 여러 모로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이 영화는 핸드헬드 촬영 기법이나 헬리캠을 적극적으로 동원하여 기존에는 힘들었던 구도에서의 영상을 현란할 정도로 그것도 다이나믹하게 움직이면서 시청자들에게 보여준다. 하드코어 헨리(Hardcore Henry, 2015)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 같은 이 작품 또한 원테이크를 표방한 롱테이크 촬영 기법으로 빠른 호흡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며 잠시도 쉬지 않고 보는 이들까지 몰아부친다. 감독의 야심이 적극 표출된 촬영 기술과는 달리 아쉽게도 연출과 각본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 영화의 전개는 마치 게임 진행을 닮았는데 이야기가 진행되는 이벤트 장면과 싸우는 액션 장면의 반복으로 구성되어 있다. 게.. 영화 2022. 8. 15. 낯설고 먼 - 인종차별에 관한 타임루프 우화 넷플릭스에는 단편 영화도 있다. 제목 번역이 이상하게 잘려버린 낯설고 먼(Two Distant Strangers, 2020)은 그 가운데 하나. 카터는 지난밤 좋은 느낌으로 만난 여성의 집에서 함께 아침을 맞이하고, 집에 돌아가는 중에 한 경관을 만난다. 결백함에도 불구하고 백인 경찰에게 폭력적으로 제압당하는 와중에 숨을 못 쉬어 죽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날 아침으로 시간이 돌아간다. 이 시점에서 작품이 타임루프 장르임이 드러난다. 문제는 카터가 어떤 방법을 써도 그 경찰에게 죽게 된다는 것이다. 경관에게 고분고분해도 죽고 일부러 일찍 나가도 죽고 늦게 나가도 죽고 심지어 집에서 나가지 않아도 경찰들이 쳐들어와 다짜고짜 카터를 죽인다. 최후의 수단으로 그 백인 경찰과 대화를 하는데 뜻밖에 말이 통하는 .. 단편 2022. 8. 13. 두 교황 - 교황은 무엇인가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The Two Popes, 2019)은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앤서니 홉킨스(Anthony Hopkins)와 조너선 프라이스(Jonathan Pryce)의 불꽃튀는 연기 대결을 구경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가졌다면 조금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시종일관 조용히 흘러가기 때문에 그들의 연기 또한 잔잔하게 묻혀있다. 그럼에도 영화가 그리 지루하지 않다는게 좋은 연출과 대단한 배우들이 만났다는 증거. 실제 역사를 완전히 재현한 것은 아니지만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흘러가는 영화 덕분에 관객 또한 살짝 거리를 두고 보게 된다. 2시간 5분 동안 두 교황을 관찰하고 교황청을 관광하는 느낌이랄까. 덕분에 굳이 신도가 아니더라도 평소.. 영화 2022. 8. 11. 돈 룩 업 - 인류 멸망 위기 앞에서 삽질하기 넷플릭스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 2021)은 이름만 대도 알 법한 대단한 배우들을 데려다 놓고 흥미로운 블랙코미디를 펼쳐나간다. 인류의 운명이 걸린 위기 상황에서 과연 초강대국 미국의 민주주의 정부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에 관해서 말이다. 보통의 SF 영화와는 다르게 돈 룩 업에서 미국 정부의 대응은 그리 좋지 못했다. 최대한 현실을 외면하려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이 대응을 시작한 후에도 정치가와 기업가 등 이른 바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은 인류를 구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는데 집중한다. 관객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갈 정도지만 그들이 그런 삽질을 반복하는 이유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만큼은 안전할 거라 믿기 때문이겠다. 반면에 미국을 믿지 못한 다른 나라 정부나 .. 영화 2022. 8. 10. 이전 1 2 3 4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