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인 윌러비 가족(The Willoughbys, 2020)의 윌러비 부부는 서로를 극진히 사랑한다는 점에서는 훌륭한 남편과 아내지만 자식들에게는 관심이 전혀 없이 무책임하다는 점에서는 빵점인 부모다.
제대로 된 양육을 받기는 커녕 부모가 먹다 남은 음식으로 연명하던 팀과 제인, 바나비 쌍둥이 4남매는 어느날 버려진 아기를 발견하고 데려왔다가 부모에게 들키면서 소동이 이어진다. 아이들은 부모가 없는게 차라리 낫다 여기고 위험한 여행을 떠나게 만들지만 이번에는 고아가 됐다는 이유로 4남매가 강제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면서 부모를 다시 찾아와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유교적인 가족관에 물들어있는 대한민국에서 뜯어보면 이 영화에는 상당히 패륜적이고 막장스러운 이야기가 숨어있다. 윌러비 가의 부모는 자식을 내팽개쳤고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부모를 돌아오기 힘든 여행에 보낸다. 그러나 아빠와 엄마가 아이들이 뉘우치고 구하러 왔을 때 혹독한 추위 속에 버려두고 둘만 떠나는 것까지 보게 되면 관람객들은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입장에 동조하게 된다.
윌러비 가의 아이들은 이야기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이미 아빠와 엄마에게 버려진 고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윌러비 가의 4남매가 서로 사랑하고 아껴준다는 것은 어쩌면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진정한 기적일지도 모르겠다.
흔히 보는 디즈니/픽사나 일본의 지브리 애니메이션하고는 궤가 많이 다르고 가족 영화인지라 종종 식상한 클리셰가 나오긴 하지만 변화무쌍한 이야기 덕분에 괜찮게 볼 수 있다. 다만 나레이터로 리키 저베이스의 목소리는 별로 어울리지 않았다.
이미지 출처 : 넷플릭스
넷플릭스 https://www.netflix.com/title/80239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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