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SF28 아이, 로봇 - 아시모프가 없는 아시모프 영화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는 SF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수많은 과학소설을 쓴 그에게 대표작이라면 파운데이션 시리즈와 로봇 시리즈가 있겠다. 아이, 로봇(I, Robot, 2004)은 아시모프의 로봇 시리즈를 나름대로 집대성해서 한편의 영화로 만들었다는 작품이다. 문제는 이 영화에서 아시모프의 흔적을 찾기 힘들다는 점. 같은 이름의 단편집에서 로봇에 관한 설정 정도는 따왔을 지언정 핵심 요소들이 하나같이 무시되고 있다. 우선 주인공 로봇이랄 수 있는 서니는 로봇공학 3대 원칙을 가볍게 무시하는 존재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아시모프 세계관에서 로봇공학 3대 원칙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모든 로봇은 이 3대 원칙을 꼭 따르게 되어있다. 많은 이야기들이 이 3대 원칙이 가져.. 영화 2022. 12. 21. 고장난 론 - 제작진은 론을 없애버리고 싶었나 고장난 론(Ron’s Gone Wrong, 2021)은 친구가 없는 바니가 비봇(B-bot) 론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버블 사가 만든 비봇은 현실의 아이폰에 현 시대의 아이들이 바랄만한 이런 저런 기능을 덧붙인 것 같은 제품이다. 소셜 네트워킹 기능은 기본이고 올라타고 다닐 수 있고 자동 태양열 충전 기능에 엄청난 내구성까지 갖추고 친구를 대신하는 존재로 팔리고 있다.가난해서 비봇을 살 수 없는 바니도 우연히 비봇인 론을 얻게 되는데, 불량품인지라 친구가 무엇인지부터 하나하나 가르쳐야 했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소동 속에서 둘은 친해진다. 고장난 비봇이 유출된 것을 알게 된 버블 사는 론을 회수하여 없애려 하기에 바니와 론은 가출을 감행한다. 영화 속 비봇은 이용자에게 딱 맞춰주는 존재지만, 그.. 영화 2022. 12. 7. 2012 - 롤랜드 에머리히의 화려한 지구 파괴 쇼 인류가 2012년에 멸망한다는 이야기를 담은 재난 영화 2012(2009)는 당연히 틀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는 이미 10년 넘게 더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냥 사는 정도를 넘어서 유사 이래 최고 기록인 80억명을 돌파했다. 이 영화는 기존의 인류멸망 관련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온 것이 많다. 결정적으로 성경에서 노아의 방주 아이디어도 따왔을 정도. 줄거리를 요약하면 이혼한 아빠가 목숨걸고 전처와 자식들을 구해서 21세기식 노아의 방주에 올라타서 결국 살아남는다는 단순한 구성이지만, 그 가운데 보여주는 인류멸망을 향해 가는 장면들이 롤랜드 에머리히(Roland Emmerich) 감독 답게 매우 인상적이다. 이렇게 다양하게 펼쳐지는 천재지변의 화려한 연출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일 듯. 장르의 특.. 영화 2022. 11. 18. 레디 플레이어 원 - 스필버그가 덕후들을 부른다!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 2018)은 인디애나 존스, 라이언 일병 구하기, E.T., 쥬라기공원 등 수많은 명작을 만들었던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의 오랜만의 히트작이다. 무려 가상현실게임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인지라 70살이 넘은지 오래 된 그에게는 좀 안 어울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게 되면 그런 생각은 싹 사라진다. 그는 CG를 적극 도입하는데 망설이지 않았으며 첨단 미래 시대가 배경이지만 그 내용물은 스스로에게 익숙한 옛것들로 채움으로써 영화는 헤매지 않고 제 자리를 잡는다. 특히 1980~2000년까지 유행했던 대중문화 콘텐츠를 적극 도입하고 복잡하지 않은 플롯으로 30~40대의 성인들 또한 충분히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 영화 2022. 10. 26. 더 문 - 우주 시대에도 기러기 아빠가 있다 더 문(Moon, 2009)은 포스터와 제목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듯이 달을 배경으로 한 SF 장르의 영화다. 거대한 예산이 투입되지 않았고 거의 주연인 샘 록웰(Sam Rockwell) 혼자 나오는 영화인지라 대중적으로 성공하기에는 애초부터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작품은 매력적인 요소가 꽤 많다. 달에 홀로 남아 헬륨-3를 채굴하여 지구로 보내는 역할을 하는 샘이 겪는 이야기 속에서 주연인 샘 록웰은 무척 괜찮은 연기를 펼친다. 그와 그의 AI 조수인 거티의 대화는 은근히 재미있고 작품 전체를 둘러싼 반전 또한 완전히 뒤통수를 칠만한 건 아니었지만 이를 풀어내고 밝혀진 진실에 대응하는 과정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SF 장르라는 점을 빼고 말하더라도 달에 홀로 남아 일하며 외로움에 젖어있는 샘을 .. 영화 2022. 10. 24. 월-E - 인간은 고도비만이 되고 로봇은 사랑을 알게 됐지 월-E(WALL-E, 2008)는 픽사의 최고 작품들을 꼽을 때 늘 오르내리는 걸작 애니메이션 영화다. 오염된 지구를 버리고 떠난 인류 대신에 지구에 홀로 남아 청소를 되풀이하는 로봇 월-E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뒤돌아보지 않고 그야말로 직진만 하는 월-E의 뜨거운 사랑과 함께 연인을 위한 자기 희생, 여기에 인류의 구원까지 담아버리는 야망을 한편의 영화에 무리없이 담아내는 위업을 달성한다. 지금 봐도 외로움 속에서 매일 반복되는 청소를 수행하는 월-E의 일상은 애틋하고 월-E의 이브의 우주 데이트 장면은 지극히 낭만적이다. 처음에는 임무만 생각하던 이브가 월-E를 받아들이는 과정 또한 자연스럽게 표현되어 있으며 초고도비만이 된 인간들은 그저 조연. 엔딩 크레딧도 후일담을 시대별 예술적 유행을 살려.. 영화 2022. 9. 27. 인터스텔라 - 우주가 딸사랑 아빠를 만나면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라는 글월로 유명한 인터스텔라(Interstellar, 2014)는 이례적으로 우리나라에서 SF 장르로 1천만 관객을 돌파한 기념비적인 영화다. 그동안 천만관객 영화는 종종 나왔지만 대한민국에서 SF 장르는 인기가 한정적인지라 기껏해야 스페이스 오페라에 속하는 아바타 정도가 있었을 뿐이다. 별과 별 사이를 뜻하는 인터스텔라의 배경은 병충해와 기후 변화로 식량 생산이 줄어들어 인류 멸망의 위기에 치닫고 있던 가까운 미래의 지구다. 과거 우주선 조종사였던 조셉 쿠퍼는 우연히 인류를 구하기 위한 우주여행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지만 대신 가족과는 생이별을 해야 한다. 조셉이 고민 끝에 우주로 출발하면서 시작되는 이 영화는 관 속에 들어간 배트맨을 살려낸 다크나이트 시리즈나 환.. 영화 2022. 9. 23. 언더워터 - 깊은 바다 속 크툴루 신화를 영접하자 영화 언더워터(Underwater, 2020)는 마리아나 해구의 심해 밑바닥에 자리잡은 케플러 해저 기지가 부서지고 침수되는 급박한 상황에서 시작한다. 주인공 노라 프라이스는 간발의 차로 겨우 목숨을 건지지만 남은 공간 또한 곧 침수될 예정이기에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살아남은 동료들과 함께 탈출 포드가 있는 기지로 향하는 노라. 그런데 그들의 앞을 막아선 것은 심해의 무시무시한 수압만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몰아부치고 잠깐 쉬게 해주고 다시 몰아부치는 식이 반복되는 연출은 관객으로 하여금 눈을 못 떼게 한다. 주연인 크리스틴 스튜어트(Kristen Stewart) 또한 위기에 빠진 엔지니어 역할을 잘 해내며 영화 끝까지 작품의 중심에 서 있다. 이런 재난 영화에 나오기 마련인 발암이나 민폐를 유발.. 영화 2022. 9. 9. 로보캅 - 사람다움은 무엇인가 영웅 테세우스를 기념하기 위해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그가 탔던 배를 오랫동안 보존해 왔는데, 배를 구성하는 나무 판자가 썩을 때마다 새로운 판자로 갈아끼웠다. 이런 식으로 여기저기 계속 갈아끼우다 원래 배에 있었던 판자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을 때 이 배는 여전히 테세우스의 배인가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철학계에서 난제로 유명한 테세우스의 배이다. 수많은 후속편과 드라마, 심지어 리부트까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원작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영화 로보캅(Robocop, 1987)에서의 로보캅이 바로 이 테세우스의 배라고 할 수 있겠다. 임무 수행 중이던 경찰인 알렉스 머피는 악당들에게 처참하게 살해당하고 OCP라는 기업에 의해 기억이 지워지고 대부분의 장기를 기계로 교체당한다. 그는 새롭게 로보캅이라.. 영화 2022. 9. 5. 엣지 오브 투모로우 - 게임 만렙의 감각으로 전쟁을 하면 인류는 어느 날 갑자기 외계인의 침략을 받는다. 미믹이라는 별명으로 부른 그들의 침략에 인류는 속절없이 무너지지만 새로운 엑소슈트의 개발과 함께 리타 브라타스키라는 영웅이 탄생하며 반격의 기회를 잡는 것이 엣지 오브 투모로우(Edge of Tomorrow, 2014)의 시작이다. 빌 케이지는 공보장교로 근무하며 전투를 피하려고 하지만 그런 마음가짐에 분노한 사령관에 의해 이등병으로 강등되어 프랑스 상륙작전 다운폴의 최전선에 강제로 참전하게 된다. 문제는 그에게 전투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것. 엑소슈트도 전혀 다루지 못해 헤매다가 얼떨결에 미믹을 해치우면서 자신도 그 체액을 뒤집어쓰며 함께 죽는다. 그리고 그는 바로 이등병으로 끌려가기 직전의 시각으로 돌아가 깨어난다. 빌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전투에서 죽을.. 영화 2022. 8. 30. O2 - 캡슐에 갇힌 그녀, AI는 진실을 말하는 걸까? 한 여성이 빨간 비상 조명만 있는 폐쇄된 공간에서 꺠어난다. 그 크기는 마치 관과 같은 정도. 공포에 사로잡혀 몸부림치지만 바깥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넷플릭스 영화 O2(Oxygen, 2021)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녀는 의료 인터페이스 담당 AI인 밀로의 안내에 의해 의료용 극저온 캡슐에 갇혀있으며 산소는 35% 밖에 안 남았음을 알려준다. 그녀에게는 기억이 거의 남아있지 않고 밀로와의 대화를 통해 조금씩 떠올리려 노력한다. 산소는 줄어드는 와중에 경찰서에 연락하는데 성공하고 그들은 그녀를 찾기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이 작품의 선배 격인 베리드(Buried, 2010)와 비슷하다. 하지만 10년이 지났다고 해도 리메이크도 아닌 다른 영화가 똑같이 진행되면 재미없기에 O2는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 영화 2022. 8. 29. 돈 룩 업 - 인류 멸망 위기 앞에서 삽질하기 넷플릭스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 2021)은 이름만 대도 알 법한 대단한 배우들을 데려다 놓고 흥미로운 블랙코미디를 펼쳐나간다. 인류의 운명이 걸린 위기 상황에서 과연 초강대국 미국의 민주주의 정부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에 관해서 말이다. 보통의 SF 영화와는 다르게 돈 룩 업에서 미국 정부의 대응은 그리 좋지 못했다. 최대한 현실을 외면하려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이 대응을 시작한 후에도 정치가와 기업가 등 이른 바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은 인류를 구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는데 집중한다. 관객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갈 정도지만 그들이 그런 삽질을 반복하는 이유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만큼은 안전할 거라 믿기 때문이겠다. 반면에 미국을 믿지 못한 다른 나라 정부나 .. 영화 2022. 8. 10. 이전 1 2 3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