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애니메이션59 슈렉 - 디즈니를 강타한 드림웍스의 날카로운 한방 오우거(Ogre)는 유럽 상상 속의 괴물로 사람을 잡아먹기까지 하는 그야말로 인류의 적이다. 그렇기에 영화나 소설에서는 주로 악역으로 나오며, 주인공을 위협하지만 내쫓기거나 살해당하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작품 슈렉(Shrek, 2001)에서는 당당하게 주연 자리를 꿰차고 4편까지 이어지는 프랜차이즈의 첫 발을 성공적으로 내딛는다. 그동안 디즈니에게 한참 밀리던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에 대한 평가가 반전될 정도로 슈렉이 큰 사랑을 받은 이유는 우리가 잘 아는 동화를 기반으로 현대적인 감각의 다양한 패러디와 예상하기 힘든 반전을 섞어놓고 이야기 속에서 잘 녹여냈기 때문이다. 이는 디즈니 스타일에 질린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모았다. 주인공은 꽃미남 왕자가 아닌 못 생긴 오우거이며, 드래곤이 .. 영화 2022. 10. 5. 페이퍼맨 - 종이비행기는 사랑을 싣고 페이퍼맨(Paperman, 2012)은 겨우 6분 좀 넘는 짧은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보자마자 옛날에 만든 것처럼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품은 CG 기반의 컬러 3D 애니메이션이 범람하는 이 세상에 흑백 2D 애니메이션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보면 이 작품은 3D 애니메이션이지만 2D처럼 보이게 하는 기법을 동원하여 우리 눈에 익숙한 옛날 디즈니 만화영화 같은 스타일로 만들었고, 덕분에 관객들은 3D 그래픽이 주는 미묘한 위화감을 거의 못 느끼게 된다. 첫 눈에 반한 여성을 찾기 위한 남성의 고단한 노력에 약간의 마법 또는 기적이 양념처럼 버무려진 이야기인데 고전적이면서도 깔끔한 2D의 흑백 영상이 주는 편안함 덕분인지 끝날 때까지 즐겁게 바라보게 된다. 이리워치 평점 [?] ★★★★★★.. 단편 2022. 10. 3. 업 - 할아버지와 아이와 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기 마련인 장면 애니메이션 작품에서 할아버지가 주인공인 경우는 찾기 힘들다. 게다가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겠고. 그런 편견을 씹어먹고 엄청난 명작으로 자리매김한 작품이 바로 업(Up, 2009)이다. 아내 엘리가 죽은 후 다른 이들과의 관계를 거부하며 홀로 늙어가던 칼 프레데릭슨은 집이 재개발되면서 양로원으로 내쫓길 위험에 처하자 집에 풍선을 잔뜩 매달아 생전에 아내와 약속했던 파라다이스 폭포로 길을 떠난다. 그 와중에 어린 소년 러셀과 강아지 더그를 만나 인생 최대의 모험을 겪는다.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엘리와 칼의 삶을 다루는 시퀀스는 지금도 대단한 명장면으로 인정받는다. 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그들의 어린 시절부터 헤어질 때까지의 만남, 사랑, .. 영화 2022. 9. 20. 라따뚜이 - 쥐가 최고의 쉐프? 쥐가 사람대신 요리를 한다는 어쩌면 매우 황당한 발상으로 시작한 라따뚜이(Ratatouille, 2007)는 픽사 전성기 시절을 장식하는 작품들 가운데 하나다. 주인공인 레미는 쥐지만 뛰어난 요리사인데다가 사람인 링귀니와 소통이 가능하다. 때마침 링귀니는 머리카락을 통해 몸을 조종할 수 있는 특별한 체질을 갖고 있다. 이런 이뤄지기 힘든 조합이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역시 픽사의 대단함이라 할 수 있겠다. 작품 속에서 레미는 요리를 하기 위해, 륑기니는 훌륭한 요리사로 인정받기 위해 서로 손을 잡는다. 주로 이익을 얻는 쪽은 륑기니라 할 수 있겠지만 이런 기울어진 판자의 균형은 오래가지 못하고 무너지기 마련이다. 물론 위기 상황은 약간의 갈등과 고난 뒤에 픽사 작품.. 영화 2022. 9. 19.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 렌코쿠도, 작화도, 관객까지 모두 뜨겁다 한때 일본 애니메이션은 엄청난 작화 수준으로 주목받았던 적이 있다. 특히 황금기였다는 80~90년대에 나왔던 작품에는 정말 대단한 인력과 자본이 투여되어 지금 봐도 감탄할만한 수준을 보인다. 하지만 그 시기가 지난 뒤에는 그만한 질을 보여주는 작품이 많지 않았다. 여기에는 자본이나 소재의 고갈, 인력의 문제 등을 원인으로 들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안해서 그렇지, 제대로 만들면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라고 보여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 바로 오늘의 주인공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劇場版 鬼滅の刃 無限列車編, Demon Slayer -Kimetsu no Yaiba- the Movie: Mugen Train Arc, 2021)이 그런 작품이다. 귀멸의 칼날은 만화책으로 먼저 연재되었지.. 영화 2022. 9. 17. 윌러비 가족 - 차라리 고아가 되길 바란 아이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인 윌러비 가족(The Willoughbys, 2020)의 윌러비 부부는 서로를 극진히 사랑한다는 점에서는 훌륭한 남편과 아내지만 자식들에게는 관심이 전혀 없이 무책임하다는 점에서는 빵점인 부모다. 제대로 된 양육을 받기는 커녕 부모가 먹다 남은 음식으로 연명하던 팀과 제인, 바나비 쌍둥이 4남매는 어느날 버려진 아기를 발견하고 데려왔다가 부모에게 들키면서 소동이 이어진다. 아이들은 부모가 없는게 차라리 낫다 여기고 위험한 여행을 떠나게 만들지만 이번에는 고아가 됐다는 이유로 4남매가 강제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면서 부모를 다시 찾아와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유교적인 가족관에 물들어있는 대한민국에서 뜯어보면 이 영화에는 상당히 패륜적이고 막장스러운 이야기가 숨어있다. 윌러비.. 영화 2022. 9. 10. 볼트 - 개는 훌륭하다. 고양이와 햄스터도. 미국인들의 개에 대한 사랑은 유난하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또한 애견인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개 키우기에 대해서만 다루는 TV 프로그램이 나올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볼트(Bolt, 2008)은 지금 봐도 볼만한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주인공 볼트는 TV 드라마 속 배우를 하는 강아지다. 다만 드라마 속 상황을 모두 실제로 믿고 있으며 자신의 드라마 속 주인 페니를 악당 칼리코 박사로부터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 하지만 촬영 후 페니가 자신을 스튜디오에 두고 집에 가는 상황에 매번 쓸쓸해한다. 그러던 어느날 볼트는 사고로 스튜디오에서 먼 곳에 버려지게 되고 자신의 주인이라고 믿고 있는 페니를 다시 만나기 위해 먼 길을 떠난다. 강아지를 좋아한다면 이 영화 속에서 제작진이 정성스럽고 꼼꼼하게 표현한.. 영화 2022. 9. 3. 레고 배트맨 무비 - 진정한 배트맨은 레고 세상에? 레고 배트맨 무비(The LEGO Batman Movie, 2017)는 레고 무비(The LEGO Movie, 2014)의 성공에 힘입어 일종의 스핀 오프 성격으로 나온 또 하나의 레고 영화다. 물론 이번 편은 배트맨이 DC 코믹스의 세계관에서 레고 무비 스타일로 펼치는 여러가지 모험담이 중심이 된다. 덕분에 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으면 별로 재미없을 수도 있겠지만 조금 아는 분들에게는 배트맨과 DC 코믹스가 정말 진하게 농축된 엑기스를 맛볼 수 있다. 영화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슈퍼 히어로 계의 터줏대감 격인 배트맨에 대해 수많은 농담과 패러디를 던지면서도 그의 모험, 고뇌와 성장, 그리고 새로운 가족의 결성까지 제법 설득력있게 그려낸다. 게다가 이 모든 걸 관객의 연령층을 고려한 듯 쉽게 풀어내는 .. 영화 2022. 9. 1.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 아이 잃은 부모가 살아가는 방법 부모들에게 아이를 잃는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경험이다. 2021년 93회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을 수상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If Anything Happens I Love You, 2020)은 그런 부모들에게 12분의 짧은 시간으로 절망과 위로, 치유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절제된 그림과 색상 속에서 아이가 세상을 떠난 후 서로 거리를 둔 엄마와 아빠 사이로 아이의 추억이 스며든다. 그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는 누구도 치유할 수 없는 것이지만 아이가 주었던 행복을 기억하고 지금의 아픔을 나눌 수 있는 상대 또한 서로 밖에 없기에 그들은 다시 손을 잡는다. 부모에게 아이란 세상에 있건 없건 행복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한국인 노영란씨 이름이 있어 더 .. 단편 2022. 8. 27. 미니언즈2 - 귀여움으로 세계 정복 가능? 처음 등장한지 벌써 13년째를 맞이하는 인기 프랜차이즈인 미니언즈2(Minions: The Rise of Gru, 2022)는 악당인 그루가 알고보니 적당히 착했다는 이야기로 성공한 슈퍼배드(Despicable Me, 2010)에서 시작해서 이제 다섯번째 작품이다. 순서로 따지면 2010년의 슈퍼배드 이전의 이야기에 해당하는 미니언즈2는 이미 전작들에서 그 매력으로 촉촉히 돈을 벌어준 미니언들과 그들이 새로 보스로 삼기로 한 어린 그루가 주인공이다. 이번 편에서는 슈퍼배드에서 성인이었던 그루의 어린 시절을 배경으로 함으로써 미니언의 귀여움에 그루의 귀여움까지 더해버렸다. 거기다가 1976년의 음악이나 패션 등 당시 문화에 대한 향수를 섞어주고 시리즈에서 시간 순서에 맞게 곧 등장할 이들의 젊거나 어린 모.. 영화 2022. 8. 1. 유령신부 - 죽은자의 밤은 산자의 낮보다 아름답다 팀 버튼(Tim Burton)은 그 독특한 분위기로 많은 팬들을 거느리는 감독이다. 여름날 보기좋은 유령신부(Corpse Bride, 2005) 또한 그 특징이 잘 살아있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그 10년 전에 나왔던 크리스마스의 악몽(The Nightmare Before Christmas, 1995)의 유산을 이어받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두 작품 모두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적어도 살아있는 사람이며 사랑스러운 두 여인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는 것이 다르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죽은 상태라는 건 어쩔 수 없겠다.. 사후 세계를 그리고 있지만 팀 버튼스러운 기괴함 속의 흥겨움이 여전히 툭툭 튀어나온다. 죽은 자의 세계가 산 자의 세계보다 더욱 즐겁게 그려진.. 영화 2022. 7. 3. 이전 1 2 3 4 5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