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피카레스크8 부산행 - 여전히 대한민국 최고의 좀비 영화 부산행(2016)은 연상호 감독의 첫번째 좀비 아포칼립스 영화다. 바쁘게 사는 유능한 펀드 매니저 석우는 별거 중인 아내에게 딸을 보내기 위해 부산행 KTX를 탄다. 열차가 출발할 때 즈음부터 상황은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주변에 좀비 사태가 벌어진 것을 알게 된다. 객차 안에도 좀비에게 물린 사람이 들어와 석우가 탄 부산행 KTX는 아수라장이 된다. 과연 석우는 딸 수안을 무사히 아내에게 보낼 수 있을까?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메이저 영화사에서 만든 좀비 장르 영화는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불모지였다. 하지만 2016년에 개봉한 이 부산행은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큰 성공을 거두며 무려 천만 영화의 대열에 낀다. KTX라는 익숙한 배경을 이용하여 긴박감 넘치는 상황을 잘 그려내고 다양한 인물상이 .. 영화 2023. 2. 24. 재벌집 막내아들 - 이성민으로 살렸지만 트럭으로 망했다 16부작으로 나온 재벌집 막내아들(2022)은 같은 이름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다. 총수 일가의 지저분한 일까지 처리하는 순양그룹의 윤현우 실장은 비자금을 회수하러 갔다가 총을 맞고 쓰러진 후 눈을 떠보니 자신이 과거의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무려 순양그룹 3세대 가운데 가장 막내인 진도준이라는 새 신분으로 태어난 그는 과거에 대한 지식을 이용, 순양그룹을 차지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주인공 진도준은 이미 윤현우로서 지나온 과거를 알고 있기에 분당 신도시 개발, 노태우 대통령 당선, IMF, 911 테러 등 당시의 실제 사건들을 활용한 에피소드가 많이 나와 덕분에 40~50대라도 친숙하게 드라마를 볼 수 있다. 물론 환생을 이용한 먼치킨 캐릭터가 주인공이라는 설정은 자칫.. 드라마 2022. 12. 26. 배드타임즈: 엘 로얄에서 생긴 일 - 수렁에 빠진 악당들 배드타임즈: 엘 로얄에서 생긴 일(Bad Times at the El Royale, 2018)은 우연히 엘 로얄이라는 호텔에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생기는 일을 다룬 영화다.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주 양쪽에 걸쳐있는 엘 로얄 호텔은 한때 유명했다가 쇠락한 곳으로 직원도 한명 뿐이지만 그날따라 투숙객이 몰린다. 외판원과 가수, 그리고 신부에다가 성질 더러운 이름 모를 여성 한명까지. 문제는 엘 로얄 호텔도, 거기에 모여든 사람들도 모두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점이다. 나중에는 사이비 종교 교주와 그 신도들까지 몰려오며 엘 로얄은 말 그대로 수라장이 되어버린다. 잔인하지만 신선했던 캐빈 인 더 우즈의 드류 고다드(Drew Goddard) 감독의 작품인데, 다양한 특징을 가진 사람들의 충돌 그 자체는 나름의 재.. 영화 2022. 12. 3.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 로비 보이와 호텔 컨시어지의 모험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 2014)은 웨스 앤더스(Wes Anderson)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살아 숨쉬는 장편 영화다. 어떤 소녀가 작가의 동상을 바라보다 그 작가가 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라는 소설책을 읽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주인 제로 무스타파로부터 작가가 전해들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진행된다. 시간적으로는 과거로 가는 액자 속의 액자 속의 액자 식의 구성인 셈인데, 영화는 시기에 따라 화면비를 달리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어느 시대인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크게 보면 슬픈 과거를 가진 제로가 그가 롤 모델로 존경하는 구스타브 H.와 함께 벌이는 모험담이지만, 이 영화에는 정말 많은 것이 들어있다. 끈적한 정.. 영화 2022. 11. 29.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 배우들의 등용문이었네 한때 유행했던 조폭영화 대부분은 오락성만 중시한 작품들이었지만 그 가운데에도 걸작은 적게나마 있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Nameless Gangster: Rules of Time, 2012)가 바로 진흙 속의 진주라고 할만한 그런 영화다. 부산의 세관 공무원을 하다 범죄에 손을 대며 어두운 세계로 점점 빠져드는 최익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 이 작품은 조직폭력배들과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협력과 갈등, 배신을 그리고 있다. 어쩌면 평범할 수도 있는 이 영화를 끌고 가는 것은 감독의 연출과 함께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 한몫한다. 주연을 맡은 최민식과 하정우는 처음부터 기대를 가질 만 했던 배우지만 이 영화가 놀라웠던 것은 당시 무명에 속했던 조진웅, 마동석, 곽도원, 김성균, .. 영화 2022. 9. 30. 호텔 아르테미스 - 존 윅의 컨티넨탈 호텔이 병원이 된다면 호텔 아르테미스(Hotel Artemis, 2018)는 범죄자 전용 비밀 병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범죄자들은 회비를 내고 만약의 경우 안전이 보장되는 호텔 아르테미스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사실상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범죄자를 상대로 하는 만큼 까다로운 규정을 갖고 있지만 이런 장르가 늘 그렇듯 그 규정이 하나 둘씩 무시되면서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원래 영화 속의 규정이라는 녀석은 엄격하면 엄격할수록 깨라고 있는 거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조디 포스터는 아르테미스의 독특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주며 잠깐 나오는 악당 대장 역의 제프 골드블럼, 니스 역의 소피아 부텔라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1시간 33분의 길지 않은 상영 시간 또한 적당하다. 다만 이야.. 영화 2022. 8. 17. 캅샵 - 배신 경찰과 의리 킬러 캅샵: 미친놈들의 전쟁(Copshop, 2021)은 여러 모로 예상을 벗어난 영화였다. 제라드 버틀러나 프랭크 그릴로 같은 유명 배우뿐만 아니라 알렉시스 라우더와 토비 허스에게도 상당한 비중이 있었기 때문. 영화가 시작되면서 주요 인물들은 이런 저런 목적을 가지고 경찰서로 모이고 그 후에야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영화 제목인 캅샵(copshop)이 바로 이 경찰서를 뜻하는 단어. 이미 3명이 경찰서에 모인 상태에서 마지막 한명인 앤서니 J. 램이 경찰서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액션 장르로 치닫는다. 이 앤서니를 연기한 토비 허스가 참 대단했던 게 매우 평범한 중년 아저씨의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등장하자마자 터미네이터 이상의 카리스마를 보이며 영화를 주도한다는 점. 아마도 감독과 작가는 각각 다른 입장.. 영화 2022. 7. 26.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 미국은 그들에게도 기회의 땅이었을까 미국은 흔히 기회의 땅이라고 불리지만 전부 다 그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넷플릭스 영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The Devil All the Time, 2020)는 미국에 태어났지만 그런 기회를 얻지 못한 이들이 주인공인 작품이다. 오하이오의 노컴스티프와 웨스트버지니아의 콜크리크라는 미국 사람도 잘 모를 것 같은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이 영화의 주역들은 초강대국의 길을 걷던 미국에서도 소외된 계층에 속한다. 2차대전의 병역을 마쳤고 성실하게 일하지만 여전히 가난에서는 벗어날 수 없던 아버지와 그 아들 또한 베트남 파병을 꿈꾸며 마무리되는 일종의 루프를 생각해 보면 고난으로 가득 한 윤회가 떠오를 정도. 이기심과 욕망으로 가득한 사람들 사이에서 덜 이기적이고 더 나누려는 주인공과 그 .. 영화 2022. 7. 24.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