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부작으로 나온 재벌집 막내아들(2022)은 같은 이름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다. 총수 일가의 지저분한 일까지 처리하는 순양그룹의 윤현우 실장은 비자금을 회수하러 갔다가 총을 맞고 쓰러진 후 눈을 떠보니 자신이 과거의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무려 순양그룹 3세대 가운데 가장 막내인 진도준이라는 새 신분으로 태어난 그는 과거에 대한 지식을 이용, 순양그룹을 차지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주인공 진도준은 이미 윤현우로서 지나온 과거를 알고 있기에 분당 신도시 개발, 노태우 대통령 당선, IMF, 911 테러 등 당시의 실제 사건들을 활용한 에피소드가 많이 나와 덕분에 40~50대라도 친숙하게 드라마를 볼 수 있다. 물론 환생을 이용한 먼치킨 캐릭터가 주인공이라는 설정은 자칫하면 위기라고는 없는 최강 주인공 일변도의 가벼운 작품이 될 수 있기에 원작에서도 이를 피하기 위한 몇가지 장치가 있긴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등장인물을 활용한다.
우선 이성민이 연기한 진양철 회장은 말 그대로 드라마를 꽉 휘어잡는다. 때로는 주인공을 아끼는 손자로, 때로는 경쟁자로 보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며 순양을 위해서라면 누구도 믿지 않고 철저하게 활용하는 냉혈한의 모습을 관철하지만 모든 빗장이 풀렸을 때의 그는 그저 자신을 닮은 손자를 사랑하는 할아버지였다. 재벌가 식구들 또한 더 많은 비중을 받아 다양한 캐릭터가 벌이는 암투를 활력있게 보여준다. 서민영과의 연애 부분도 비중이 꽤 늘어났지만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로 재벌가 승계를 위한 진흙탕 싸움에 로맨스를 곁들이는 정도의 드라마가 되었는데, 문제는 결말 부분.
원작과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 바로 트럭을 이용한 교통사고가 살해 수단으로 두번이나 쓰인다는 점이다. 첫번째 트럭은 결과적으로 진양철 회장을 퇴장시켰고 두번째 트럭은 진도준을 살해한다. 그렇다면 16편의 드라마를 통해 가장 열심히 묘사한 재벌가의 살벌한 암투는 사실 별 의미없었고 그냥 트럭 두대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기부정적인 결론이 내려진다.
아마 작가진은 웹소설 원작과 드라마의 결말을 다르게 가고 싶었던 듯 한데 잘못된 선택으로 가벼운 설정을 한없이 더 가볍게 만들어 버렸으며 이야기 전체적으로도 개연성과 핍진성은 물론이고 설정 충돌이 엄청나게 일어나 답이 없게 만들었다. 안타깝게도 이성민의 빛나는 열연으로 생긴 드라마의 무게감이 겨우 트럭 두대에 박살나 버린 셈이다.
트럭은 진회장과 진도준 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 자체도 죽여버렸는지 모른다. 정말 대단한 트럭이 아닐 수 없다.
이리워치 평점 [?]
이미지 출처 : 래몽래인
넷플릭스 https://www.netflix.com/title/81633267
디즈니 플러스 https://www.disneyplus.com/ko-kr/series/reborn-rich/1WdnHFLVt4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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