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Pirates of the Caribbean: Dead Men Tell No Tales, 2017)는 해적 영화를 대표하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현 시점 가장 마지막 편이다. 고어 버빈스키 감독의 3부작이라 불리는 1 / 2 / 3편에 이어 그래도 중간 이상의 평가는 받은 4편까지 좋은 흥행 성적을 거뒀기에 5편이 나올 것은 당연히 예상되었다. 그리고 6년 후, 다섯번째 캐리비안의 해적이 나왔다. 문제는 이게 시리즈 최악의 졸작이자 망작이라는 점이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서 잭 스패로우나 바르보사 같이 매력적인 해적들은 4편 연속 흥행 성공을 이끌어온 일등공신이었지만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에 나온 그들은 지난 영화에서 본 그 사람들과 달랐다.
허술한 듯 보이면서도 할 땐 하는 캐릭터였던 잭 스패로우는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알콜중독에 해롱대며 인망은 바닥이고 능력은 떨어지는 개그 캐릭터로 전락했으며, 불리한 상황에서도 해적의 자유를 당당하게 외쳤던 바르보사는 살라자르에게 싸워보지도 않고 굽실대며 목숨을 구걸하는 신세가 되었다. 성실 그 자체였던 윌 터너는 불성실의 상징인 해산물을 얼굴에 덕지덕지 붙이고 나왔다.
아들이 위험해도 플라잉 더치맨을 몰고 나타나지 않는 윌은 바빠서 그랬다 쳐도 우리가 아는 해적왕 엘리자베스라면 남편의 저주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아들보다 먼저 찾아 나섰을텐데 부부 싸움이라도 했는지 마지막에야 겨우 나온다. 그 이유에 대해 병에 걸렸다는 식의 적절한 설명을 붙이는 배려도 없다.
전작을 무시하는 행위는 사물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배 중에서 주연 격인 블랙 펄은 조금 빠른 배일 뿐이고 4편에서 바르보사가 접수한 강력한 앤 여왕의 복수 또한 지나가는 배다. 역시 전편에서 무시무시한 능력을 보였던 트리톤의 검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 새로 나온 포세이돈의 삼지창은 모든 저주를 깰 수 있는 사기적인 아이템임에도 불구하고 온갖 저주가 흘러넘치던 전작들에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아 만병통치약으로 급하게 끼워넣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존재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긴다.
각본과 연출도 문제가 많다. 특히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서 많은 지분을 차지했던 터너 가족의 사연은 매우 감동적으로 마무리할 수도 있는데 영 밍숭맹숭하기에 그저 숙제를 해결한다는 정도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새로운 주인공인 헨리와 카리나는 1~3부에서의 윌과 엘리자베스를 대신하는 존재지만 겉돌기만 하고 녹아들지 못하며 둘의 로맨스는 그야말로 억지로 끼워맞춘 티가 역력하다.
악당 대장인 살라자르 선장은 하비에르 바르뎀이라는 배우를 캐스팅해놓고 그거 밖에 못 쓰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야기와 카리스마가 빈약하다.
제작진이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제대로 본 적도 없거나 대놓고 무시할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결과물이다. 그렇다고 그냥 5편 하나만으로 봐도 그저 그런 영화인지라 최소한 캐릭터와 설정은 충실하게 살려놓은 4편에 비해서도 수준 차이가 크다. 차라리 안 나왔으면 더 좋았을 작품이었다.
이리워치 평점 [?]
이미지 출처 : 캐리비안의 해적 공식 페이스북
스트리밍 디즈니 플러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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