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2020년작21 윌러비 가족 - 차라리 고아가 되길 바란 아이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인 윌러비 가족(The Willoughbys, 2020)의 윌러비 부부는 서로를 극진히 사랑한다는 점에서는 훌륭한 남편과 아내지만 자식들에게는 관심이 전혀 없이 무책임하다는 점에서는 빵점인 부모다. 제대로 된 양육을 받기는 커녕 부모가 먹다 남은 음식으로 연명하던 팀과 제인, 바나비 쌍둥이 4남매는 어느날 버려진 아기를 발견하고 데려왔다가 부모에게 들키면서 소동이 이어진다. 아이들은 부모가 없는게 차라리 낫다 여기고 위험한 여행을 떠나게 만들지만 이번에는 고아가 됐다는 이유로 4남매가 강제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면서 부모를 다시 찾아와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유교적인 가족관에 물들어있는 대한민국에서 뜯어보면 이 영화에는 상당히 패륜적이고 막장스러운 이야기가 숨어있다. 윌러비.. 영화 2022. 9. 10. 언더워터 - 깊은 바다 속 크툴루 신화를 영접하자 영화 언더워터(Underwater, 2020)는 마리아나 해구의 심해 밑바닥에 자리잡은 케플러 해저 기지가 부서지고 침수되는 급박한 상황에서 시작한다. 주인공 노라 프라이스는 간발의 차로 겨우 목숨을 건지지만 남은 공간 또한 곧 침수될 예정이기에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살아남은 동료들과 함께 탈출 포드가 있는 기지로 향하는 노라. 그런데 그들의 앞을 막아선 것은 심해의 무시무시한 수압만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몰아부치고 잠깐 쉬게 해주고 다시 몰아부치는 식이 반복되는 연출은 관객으로 하여금 눈을 못 떼게 한다. 주연인 크리스틴 스튜어트(Kristen Stewart) 또한 위기에 빠진 엔지니어 역할을 잘 해내며 영화 끝까지 작품의 중심에 서 있다. 이런 재난 영화에 나오기 마련인 발암이나 민폐를 유발.. 영화 2022. 9. 9. 올드 가드 - 죽지 않는 자들의 싱거운 이야기 샤를리즈 테론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넷플릭스 영화 올드 가드(The Old Guard, 2020)는 요 2~3년 동안의 헐리웃 영화 트렌드를 잘 살펴볼 수 있는 총집합같은 영화다. 인류에게는 나이를 먹어도 죽지 않는 불사의 존재가 있고 이들이 힘을 합쳐 정의를 지키고 있다는 이야기를 다루는 올드 가드는 기존의 하이랜더(Highlander, 1986)와 같은 불멸자 장르의 클리셰에 더해서 성차별이나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내용까지 집어넣다 보니 주인공 일행에게 위기가 닥쳐도 줄거리를 예상하기 너무 쉽게 되어버렸다. 그런 많은 내용을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늘어지는 부분이 적지 않고 액션도 새로운 건 없어 아쉬운 편이다. 특히 수백~수천년 동안 전사로 살아온 이들이 기껏해야 수십년 전투 기술을 연마한 인간들과 비슷한.. 영화 2022. 8. 25. 낯설고 먼 - 인종차별에 관한 타임루프 우화 넷플릭스에는 단편 영화도 있다. 제목 번역이 이상하게 잘려버린 낯설고 먼(Two Distant Strangers, 2020)은 그 가운데 하나. 카터는 지난밤 좋은 느낌으로 만난 여성의 집에서 함께 아침을 맞이하고, 집에 돌아가는 중에 한 경관을 만난다. 결백함에도 불구하고 백인 경찰에게 폭력적으로 제압당하는 와중에 숨을 못 쉬어 죽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날 아침으로 시간이 돌아간다. 이 시점에서 작품이 타임루프 장르임이 드러난다. 문제는 카터가 어떤 방법을 써도 그 경찰에게 죽게 된다는 것이다. 경관에게 고분고분해도 죽고 일부러 일찍 나가도 죽고 늦게 나가도 죽고 심지어 집에서 나가지 않아도 경찰들이 쳐들어와 다짜고짜 카터를 죽인다. 최후의 수단으로 그 백인 경찰과 대화를 하는데 뜻밖에 말이 통하는 .. 단편 2022. 8. 13. 1917 - 1차대전 참호전의 전장이 눈 앞에 확인된 전사자만 1천만명에 이르는 제1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 1917(2020)은 최전선의 부대에 공격 중단 명령서를 전달하는 전령의 역할을 맡은 병사들의 이야기다. 이 작품은 거의 두시간 내내 그들과 바짝 붙어 다니며 살아있는 또는 이미 죽은 수많은 군인들을 만나며 1차대전 당시의 참혹한 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롱테이크 기법을 통해 영화보는 내내 마치 그들과 함께 하는 느낌을 주는 대신 이야기 자체야 단순하다. 하지만 반대로 그 단순함이 주는 힘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더욱 강해지면서 마지막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는 정말 대단하다. 많은 관객들이 마음 속에서 주인공과 함께 뛰고 있었으리라. 이 영화는 관람객들에게 전쟁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전장으로 데려갔다. 아쉽게도 극장에서 못 봤.. 영화 2022. 8. 12.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 미국은 그들에게도 기회의 땅이었을까 미국은 흔히 기회의 땅이라고 불리지만 전부 다 그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넷플릭스 영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The Devil All the Time, 2020)는 미국에 태어났지만 그런 기회를 얻지 못한 이들이 주인공인 작품이다. 오하이오의 노컴스티프와 웨스트버지니아의 콜크리크라는 미국 사람도 잘 모를 것 같은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이 영화의 주역들은 초강대국의 길을 걷던 미국에서도 소외된 계층에 속한다. 2차대전의 병역을 마쳤고 성실하게 일하지만 여전히 가난에서는 벗어날 수 없던 아버지와 그 아들 또한 베트남 파병을 꿈꾸며 마무리되는 일종의 루프를 생각해 보면 고난으로 가득 한 윤회가 떠오를 정도. 이기심과 욕망으로 가득한 사람들 사이에서 덜 이기적이고 더 나누려는 주인공과 그 .. 영화 2022. 7. 24. 위험한 거짓말들 - 스릴러가 긴장감이 없네 문제를 만났을 때 어떤 사람들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거짓말을 택하는 경우가 있다. 그 때문에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고, 또 그 문제 때문에 다른 거짓말을 하는 상황이 이어지기도 한다. 넷플릭스 영화 위험한 거짓말들(Dangerous Lies, 2020)은 그런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부부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이미 가진 것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욕심 때문이다. 처음에는 작은 거짓말도 다른 사건을 만나면서 그 무게는 무거워지면서 결국 원래의 목적과 상관없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을 불러온다. 제목에는 충실하다. 문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디선가 본 듯한 인물과 사건, 심지어 사건 배경까지 반복된다는 것이다. 연출까지 진부한지라 기계적으로 사건이 이어진다. 그나마 반전을 준다는 부분도 .. 영화 2022. 7. 9. 사탄의 베이비시터: 킬러 퀸 - 1편 좋았다면 봐야지 사탄의 베이비시터: 킬러 퀸(The Babysitter:Killer Queen, 2020)은 사탄의 베이비시터의 후속편이다. 1편을 보지 않았다면 아예 영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의 후속편이다. 반면에 전작을 본 사람들이라면 다시 나오는 친근한 등장인물들이 반가울 것이다. 1편에 비해 훨씬 훈남으로 성장한 주인공 콜은 여전히 고민많은 청춘이지만 전편에서보다 주인공다운 모습이 늘어났다. 사탄의 베이비시터 시리즈의 중심인 비(사마라 위빙)의 출연 또한 팬들을 만족시킨다. 전작만큼 신선하진 않지만, B급 청춘 슬래셔 시리즈 물로서는 그럭저럭 만족할 마무리. 나중에 웬즈데이로 유명해지는 제나 오르테가도 만나볼 수 있다. 이리워치 평점 [?] ★★★★★☆☆☆☆☆ 5/10 이미지 출처 : 넷플릭스 보러가기 넷플.. 영화 2022. 7. 1. 반도 - 부산행의 후속작은 어쩌다 망가졌나 연상호 감독의 반도(2020)는 놀라운 영화다. 전작인 부산행(2016)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KTX와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두가지 요소에 집중하여 대한민국에서도 괜찮은 좀비 장르 영화가 나왔다고 평가받은 부산행과 달리 반도에서는 더 많은 것에 욕심을 부리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힘주고 만든 것 같은 자동차 추격전은 물리법칙을 자주 무시하는 CG와 연출로 매드맥스의 열화판이 되었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공감하기 힘든 행동을 보인다. 전작에서 등장인물들 사이의 첨예한 갈등 속에서도 끊임없이 압박을 가했던 좀비들은 존재감없는 배경으로 전락했다. 배우들은 열심히 연기했지만 연출과 대본과 편집은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 힘들어 하는 것처럼 보인다. 설정 관련해서는 문제 삼을게 .. 영화 2022. 6. 25. 이전 1 2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