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경찰17 극한직업 - 살아있는 캐릭터, 찰지는 대사의 웰메이드 코미디 극한직업(Extreme Job, 2019)은 잠복근무를 하는 형사들이 위장으로 운영하는 치킨집 장사가 지나치게 잘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는 영화다. 기본 설정부터 재미있을 것 같은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디어에서 멈추지 않고 출연하는 캐릭터들을 하나 하나 살아있게 만든 부분.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 이렇게 다섯명이나 되는 마약반 인원들 하나하나가 버려지는 인물 없이 각자의 개성이 살아 숨쉬고 적절하게 역할이 분배되어 있다. 게다가 악당으로 나오는 신하균과 오정세 역시 기억나는 대사 한두마디씩은 남긴다. 대사는 살아있고, 장면 전환은 빠르고, 클리셰도 있지만 지겨울 정도는 아니다. 한국적인 신파도 없다. 잘 만들어졌고, 잘 될만한 괜찮은 코미디 영화. 이 영화의 부작용이라면 원래.. 영화 2022. 9. 13. 로보캅 - 사람다움은 무엇인가 영웅 테세우스를 기념하기 위해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그가 탔던 배를 오랫동안 보존해 왔는데, 배를 구성하는 나무 판자가 썩을 때마다 새로운 판자로 갈아끼웠다. 이런 식으로 여기저기 계속 갈아끼우다 원래 배에 있었던 판자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을 때 이 배는 여전히 테세우스의 배인가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철학계에서 난제로 유명한 테세우스의 배이다. 수많은 후속편과 드라마, 심지어 리부트까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원작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영화 로보캅(Robocop, 1987)에서의 로보캅이 바로 이 테세우스의 배라고 할 수 있겠다. 임무 수행 중이던 경찰인 알렉스 머피는 악당들에게 처참하게 살해당하고 OCP라는 기업에 의해 기억이 지워지고 대부분의 장기를 기계로 교체당한다. 그는 새롭게 로보캅이라.. 영화 2022. 9. 5. 낯설고 먼 - 인종차별에 관한 타임루프 우화 넷플릭스에는 단편 영화도 있다. 제목 번역이 이상하게 잘려버린 낯설고 먼(Two Distant Strangers, 2020)은 그 가운데 하나. 카터는 지난밤 좋은 느낌으로 만난 여성의 집에서 함께 아침을 맞이하고, 집에 돌아가는 중에 한 경관을 만난다. 결백함에도 불구하고 백인 경찰에게 폭력적으로 제압당하는 와중에 숨을 못 쉬어 죽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날 아침으로 시간이 돌아간다. 이 시점에서 작품이 타임루프 장르임이 드러난다. 문제는 카터가 어떤 방법을 써도 그 경찰에게 죽게 된다는 것이다. 경관에게 고분고분해도 죽고 일부러 일찍 나가도 죽고 늦게 나가도 죽고 심지어 집에서 나가지 않아도 경찰들이 쳐들어와 다짜고짜 카터를 죽인다. 최후의 수단으로 그 백인 경찰과 대화를 하는데 뜻밖에 말이 통하는 .. 단편 2022. 8. 13. 레드 노티스 - 양산형 블록버스터의 나쁜 사례 넷플릭스 영화 레드 노티스(Red Notice, 2021)는 겉으로는 클레오파트라의 보물을 훔치는 일에 대한 세 주인공의 갈등과 협력, 그에 따라 발생하는 여러가지 사건들을 그리고 있는 작품으로 보인다. 하지만 또 한쪽에서 보기에는 무려 2억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제작비로 인기많은 드웨인 존슨, 갤 가돗, 라이언 레이놀즈를 데려다 놓고 이들의 기존 이미지에 맞는 캐릭터로 적당하게 만든 양산형 블록버스터로도 보인다. 블록버스터지만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하는데 성공한 작품들이 적지 않은 걸 보면 레드 노티스는 조금 안타까운 면이 있다. 요 몇년 사이 넷플릭스 액션 영화를 안 보셨다면 몰라도 많이 보셨다면 매우 식상할 법한 이야기 진행이나 구성과 연출이 적지 않기 때문. 마지막 반전도 무릎을 탁 치는 종류라기 보.. 영화 2022. 8. 9. 캅샵 - 배신 경찰과 의리 킬러 캅샵: 미친놈들의 전쟁(Copshop, 2021)은 여러 모로 예상을 벗어난 영화였다. 제라드 버틀러나 프랭크 그릴로 같은 유명 배우뿐만 아니라 알렉시스 라우더와 토비 허스에게도 상당한 비중이 있었기 때문. 영화가 시작되면서 주요 인물들은 이런 저런 목적을 가지고 경찰서로 모이고 그 후에야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영화 제목인 캅샵(copshop)이 바로 이 경찰서를 뜻하는 단어. 이미 3명이 경찰서에 모인 상태에서 마지막 한명인 앤서니 J. 램이 경찰서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액션 장르로 치닫는다. 이 앤서니를 연기한 토비 허스가 참 대단했던 게 매우 평범한 중년 아저씨의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등장하자마자 터미네이터 이상의 카리스마를 보이며 영화를 주도한다는 점. 아마도 감독과 작가는 각각 다른 입장.. 영화 2022. 7. 26. 이전 1 2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