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복순(Kill Bok Soon, 2023)은 주인공의 이름이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제목이다.
줄거리
길복순은 남편 없이 딸을 키우는 싱글맘이자 MK ENT라는 살인 전문 기업의 A급 킬러다. 그녀는 MK 최고의 실력을 가졌지만 사장 차민규의 동생 차민희에게 강한 견제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녀에게 살인보다 더 어려운 건 사춘기에 접어든 그녀의 딸을 키우는 일이다.
★★★★ 4/10
돈 때문에 사람 죽이는 것들의 시시콜콜한 사연에 공감하기란 힘든 일
리뷰
싱글맘인데 킬러라는 이야기는 쓸만한 소재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근본적으로 심각한 문제점을 바닥에 깔고 시작한다. 시청자로 하여금 돈 때문에 사람을 죽여대는 연쇄살인범에게 공감과 애정을 품을 수 있도록 요구하기 때문이다.
성인 한정이라 해도 수십년간 돈 때문에 대상이 착하건 나쁘건 엄청나게 죽여왔던 길복순은 벌을 받고 죄를 뉘우쳐야 할 사람이다. 대신 길복순에게 보는 이들이 공감할만한 서사를 줬어야 하는데 그런 건 없다. 그저 어두운 과거를 가진 킬러와 사춘기 딸 가진 싱글맘의 일상을 기계적으로 섞어서 보여줄 뿐. 싱글맘+킬러라는 괜찮을 수 있는 소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서사가 매우 빈약하다.
특히 수십년간 가장 가깝게 지냈던 차민규와의 갈등이 시작되는 사건은 각본의 문제가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 그렇게 많이 죽여왔으면서 현장에서 살인을 포기한다는 건 너무 갑작스럽다. 그 정도로 도덕적인 원칙이 확고했다면 길복순은 진작에 킬러 은퇴하고 사회봉사라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제작진의 문제가 거기서 끝났으면 모르겠는데, 액션 연출마저 재미없고 지루하다. 킬러들이 잔뜩 나오는 영화에서 어디선가 본듯한, 심심한 액션들로 점철되어 마지막 대결 장면도 기대가 안 될 정도다.
목표 한명을 죽이기 위해 그 곳의 조직원들 다 때려죽이는 장면은 차민규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넣은 것 같지만 덕분에 킬러가 아니라 킹스맨 시리즈의 어설픈 복제판처럼 보인다. 단 한명 죽이면 되는데 부하들까지 다 죽인다면 1급 킬러가 아니라 그냥 살인을 좋아하는 정신병자에 가깝겠다.
어찌되었든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길복순은 자신을 귀찮게 했던 사람들은 별 고민없이 싹 다 죽인다. 길복순이 워낙 강해서 끝날 때까지 별 불안감도 없다. 그리고 딸과 화해하고 평온한 일상을 이어나간다.
변성현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이 연쇄살인범의 해피엔딩에 마무리에 시청자가 정말 공감하리라 믿었을까?
추천
전도연의 복귀작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아쉽게도 액션 장르 팬에게도, 싱글맘 전문직의 애환이 궁금한 분들께도 추천하기 힘든 작품.
여담
차민규 회사 MK 엔터의 최고 엘리트는 길복순. 성만 떼서 보면 차는 길이 있어야 가는데 길이 없어졌다면, 또는 길이 차를 막는다면 더 이상 갈 수 없다는 해석도 가능하겠다.
이미지 출처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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