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는 피도 눈물도 없을 것같은 하드보일드 킬러가 사실은 딸사랑 아빠였다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전직 국정원 소속이었다가 정치적인 이유로 버림받아 일본에서 청부살인으로 돈을 모으던 인남은 예전에 사귀었던 여성이 죽었고 그녀의 딸은 실종됐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자신의 혈육임을 알게 된 그는 딸을 찾아 태국으로 떠나는데 한편에서는 인남에 의해 살해된 형의 복수를 위해 제일교포 야쿠자인 레이가 인남을 쫓는다.
작품의 초반은 군더더기 없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데 액션이 잔인하지만 질질 끌지 않는 면이 매력적이다.
아빠 인남 역의 황정민이나 인남을 쫓는 레이 역의 이정재 모두 연기력에서는 검증받았고 태국에서 인남을 돕는 트랜스젠더 유이 역을 한 박정민 또한 밀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다.
다만 초반의 액션 스타일이 중반 이후에도 반복되면서 지루해지는 면이 있고 이야기도 정체되는 부분은 아쉽다. 특히 인남과 레이의 대결 장면은 두 사람이 전력으로 싸워서 승부를 봤다기 보다는 그저 이야기를 끝낼 만 하니까 마무리를 짓는 식인지라 다소 김이 빠진다.
레이는 살인 기술 뿐만 아니라 인남을 정말 잘 쫓아다니는데, 전직 국정원 요원인 인남을 추적하는 능력이 웬만한 국가정보기관을 총동원한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렇게 레이가 너무 만능이다 보니 그저 추적과 살인만 하는 터미네이터처럼 느껴지는 단점이 있다.
인남 또한 킬러를 할 때에는 삶 자체를 거의 포기하다시피한 폐인 모습을 보이다가 처음 보는 딸을 대하는 장면은 전형적인 딸사랑 아빠인지라 중간 과정이 없어 보는 입장에서는 다소 어리둥절하다. 하지만 아무리 딸사랑 아빠라도 칼에 몇번이나 찔린 상태에서 전력질주를 한다는 건 그 역시 터미네이터 같다.
전체적으로는 은근히 레옹(Leon, 1994)을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다. 인간미를 되찾은 킬러와 소녀라는 구성은 그렇다쳐도 초반에 어둠 속에서 나타나 습격하는 장면이나 유이의 헤어스타일과 복장이 마틸다와 비슷한 것도 그렇다.
이리워치 평점 [?]
이미지 출처 : YES24 보도자료
스트리밍 : 넷플릭스 / 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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